트럼프 “재생에너지 불안정” 비판에도…텍사스, 배터리 투자로 전력망 안정성·가격 모두 확보
미국 전력망의 불안정 원인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텍사스 주가 청정에너지 확대 속에서도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10일(현지시각) 텍사스 전력망은 미국 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오히려 전력 안정성과 가격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정에너지 확대에도 정전 위험 최소…요금은 전국 평균보다 낮아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인 ERCOT은 지난 6월 발표한 전력 수급 전망에서, 오는 8월 최대 수요 시기의 순환 정전 발생 가능성을 0.3%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12%에 달했던 예측치 대비 획기적으로 낮아진 수치다.
전력 요금도 전국 평균보다 저렴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텍사스의 주택 및 상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10센트(약 138원)로, 미국 평균 대비 24%가량 낮은 수준이다.
조슈아 로즈(Joshua Rhodes) 텍사스대 연구원은 “ERCOT은 전력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안정성과 비용을 모두 고려한 시장 구조를 구축해 왔다”며 “다른 전력망에도 벤치마킹 가능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로, 풍력과 태양광이 신뢰성 없는 에너지원이며 외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환경에 해롭다는 이유로, 최근 통과된 재생에너지 세액공제 폐지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낭비적 보조금 제거와 신뢰성 있는 에너지 공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텍사스 사례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비용 상승이나 공급 불안을 수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배터리 투자로 불확실성 대응…화석연료 중심 지역은 오히려 취약
2021년 한파로 발생한 텍사스 정전 사태는 주로 천연가스 공급 인프라가 혹한에 동결되면서 발생했다. 이후 텍사스는 기상 조건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 저장 설비 투자를 추진해왔다. ERCOT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이후 약 5GW의 배터리 저장 용량이 추가돼 전체 설비는 8GW를 넘어섰고, 향후 5년간 174GW 규모의 저장 설비가 연결될 예정이다.
개럿 골딩(Garrett Golding)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부총재보는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의 조합은 최근 2년간 텍사스 전력망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이 구조는 유사한 기후를 가진 다른 주에도 적용 가능하지만, 전국적으로 일률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최대 전력망인 PJM은 발전원의 60% 이상을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력요금 상승과 공급 불안정에 직면하고 있다. 오하이오 등 일부 주에서는 올해 전기요금이 2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에너지부는 최근 분석에서, PJM 지역은 향후 5년간 연간 1000시간 이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분석에서 ERCOT의 부족 시간은 149시간에 그쳤다. 에너지부는 “ERCOT이 전력망 취약성 대응에서 개선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프랭크 람보(Frank Rambo) 호라이즌 클라이밋 이니셔티브(Horizon Climate Initiative)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철회 정책은 수년간 준비해온 전환 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며 “결국 전력망 안정성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