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문제 없으면 신속 승인” 트럼프 2기, 대형 M&A 줄줄이 통과

2025-07-13     고현창 editor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근 대형 M&A 거래를 잇따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은 거래에 대해선 신속히 길을 터주는 실용주의 기조로,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강화 흐름과는 대비된다.

로이터는 10일(현지시각),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DOJ Antitrust Division)과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6월 승인한 대형 M&A 3건의 거래 규모가 총 630억달러(약 82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FTC 위원장 앤드루 퍼거슨(Andrew Ferguson)과 DOJ 반독점 수장 게일 슬레이터(Gail Slater)가 이전 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미국 법무부(DOJ)의 기관명 심볼 / 이미지 출처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Antitrust Division) 홈페이지

 

트럼프식 반독점, ‘신속 승인’ 기조로 전환…기업 합병 활기

트럼프 정부의 합의 중심 접근은 경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거래에는 길을 터주는 실용주의 노선이다. FTC 대변인 조 사이먼슨(Joe Simonson)은 “퍼거슨 위원장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밝혀왔다. 트럼프-밴스 FTC는 경쟁 문제가 없다면 합병 거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누텔라 제조사 페레로(Ferrero)가 31억달러(약 4조원)에 시리얼 제조사 WK켈로그(WK Kellogg)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건도 무난히 승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D.C.의 반독점 전문 변호사 안드레 바로우(Andre Barlow)는 “트럼프 행정부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경쟁상 우려가 크지 않다면 매끄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말 FTC는 마스(Mars)의 360억달러(약 49조원) 규모 프링글스 제조사 켈라노바(Kellanova) 인수를 승인했다. 같은 주에는 광고회사 오므니콤(Omnicom)이 경쟁사 인터퍼블릭(Interpublic)을 135억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도 승인됐다. 두 거래는 각각 약 10개월과 7개월 만에 마무리됐으며, 바이든 정부 시절 평균 승인 기간(11개월 이상)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M&A에 대해 30일의 대기 기간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FTC가 별도 심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FTC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지금까지 100건 이상의 거래에서 대기 기간이 단축됐다. 이 같은 절차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대부분 중단됐으며, 당시 신속한 거래를 원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억제보다 실행”…합의 중심 전환 시사, 메가딜 성사 가능성 확대

바이든 행정부에서 FTC를 이끌었던 리나 칸(Lina Khan)은 기업 집중 억제를 위한 강력한 감시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억제보다는 합의를 통한 실행 중심의 접근으로 노선을 전환했다.

이 같은 변화는 초대형 M&A를 추진 중인 기업들에 새로운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의 홈헬스케어 기업 아메디시스(Amedisys) 인수 건은 바이든 정부 시절 반독점 소송이 제기돼 무산 위기에 놓였으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법무부(DOJ)가 관련 협상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중 DOJ와 유나이티드헬스 간 조건 조율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심사를 앞둔 대형 거래도 다수 대기 중이다. 차터커뮤니케이션(Charter Communications)의 219억달러(약 28조4700억원) 규모 콕스커뮤니케이션(Cox Communications) 인수, 로켓컴퍼니(Rocket Companies)의 94억달러(약 12조2000억원) 규모 주택금융업체 미스터쿠퍼(Mr Cooper Group) 인수, 알파벳(Alphabet)의 320억달러(약 41조6000억원) 규모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 인수 등이 심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독점 변호사 안드레 바로우(Andre Barlow)는 “예를 들어 크로거(Kroger)의 앨버트슨(Albertsons) 인수는 여전히 경쟁 우려가 크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에서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 행정부는 최소한 협상 여지를 두고 있으며, 바이든 시절보다 합의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