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은행 탄소전환 계획 감독 ‘실용적’ 접근할 것”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의 탄소중립 전환 계획에 대해 “즉각적으로 엄격한 요구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내년부터 관련 규정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ECB는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감독 방침을 예고했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랭크 엘더슨(Frank Elderson) ECB 집행이사는 ECB 블로그를 통해 “초기에는 실용적이고 타켓형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은행들의 이행 현황은 2027년부터 정식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전까지는 비공식적 소통을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2027년까지 정식 평가 유예…내년까지 은행과 비공식적 대화 진행
개정된 자본요건지침(CRD VI)에는 은행이 2050년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기후 및 환경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건전성 계획(prudential plans)을 수립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CRD VI는 감독 당국이 은행들의 계획을 점검하고,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CB는 유럽은행감독청(EBA)의 ESG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 중 새롭게 도입된 항목들에 중점을 맞출 예정이다. ECB는 “해당 가이드라인의 대부분 조항은 이미 기존의 감독 평가 과정에서 다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ECB는 올해 말부터 2026년까지 은행들과의 비공식적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트폴리오 및 지역 범위의 포괄성 등 여전히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동감독팀(Joint Supervisory Teams)이 정기 감독 과정에서 은행들과 직접 논의할 계획이다.
유럽 당국은 은행권이 탄소배출 기업에 대한 대출 리스크, 극단적 기후로 인한 자산 손실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동시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자금 측면에서 뒷받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은 ECB의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유럽 은행권, 전환 계획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준비돼 있어
엘더슨 이사는 “2022년 당시 전체 은행의 약 80%가 기후 및 환경 리스크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했거나,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ECB는 같은 해 실시한 기후·환경 리스크 테마 점검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들에 조속한 개선을 요구하며 2023년 중간 이행 시한과 2024년 말 최종 마감 기한을 제시했다.
ECB는 지난 2년간 은행들에 기후리스크 관리 요건 미이행 시 벌금 부과를 경고한 바 있다. 엘더슨 이사는 “소수의 은행을 대상으로 한 제재금 부과 여부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 리스크 관리에 있어 업계가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으며, 유럽의 감독하에 있는 은행들은 건전성 기반 전환 계획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ECB는 유럽 각국 은행에서 확인된 우수 사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가, 규모, 사업모델에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우수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며, 오는 10월 1일에는 업계 대상 컨퍼런스를 열고, 리스크 관리 및 자본계획 측면에서의 진전 상황과 우수 사례, 남은 과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