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탄소산업 전환금융 시범사업 착수…“녹색금융으로 370조원 성장 이끈다”
영국이 고탄소 배출 기업의 감축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 규제 완화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각),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 영국 재무장관이 런던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연례 맨션하우스(Mansion House) 연설에서 고탄소 산업의 녹색 전환 지원을 위한 금융 규제 완화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노동당 정부의 핵심 기조인 경제 성장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정부는 산업계 규제 부담 완화와 시장 성장 간의 균형을 맞춰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브스 장관은 앞서 “금융 규제가 탈탄소 전환에 있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환금융 시범사업 가동… “제도ㆍ금융적 규제 장벽 구체적 진단”
영국 정부는 ‘전환금융 시범사업(Transition Finance Pilot)’을 통해 고탄소 배출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면하는 제도적·금융적 장벽을 구체적으로 진단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영란은행(Bank of England), 녹색금융연구소(Green Finance Institute)가 공동으로 주도한다.
재무부 관계자는 “기후 프로젝트의 실제 자금 조달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고배출 기업들이 감축 프로젝트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애요인을 파악함으로써 규제 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발표된 ‘전환금융시장검토(Transition Finance Market Review)’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지난 2월 TFMR 권고로 설립된 전환금융협의회는 녹색금융을 넘어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며, 전환금융 정책을 제언해 분기마다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전환금융협의회는 “전환금융이 탈탄소 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구조적 리스크로 인해 자본 유입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전환금융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탄소감축 기술의 리스크 ▲정부 인센티브에 대한 불확실성 ▲완전한 감축이 아닌, 점진적 배출 감축 프로젝트에 대한 평판 리스크 등을 꼽았다.
노동당 정부는 녹색금융을 향후 영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회복할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민간 자본 유입을 통해 산업 전반의 탄소 감축과 기술 전환을 촉진하고, 산업 경쟁력 제고ㆍ고용 확대 등 최대 2000억파운드(약 370조원)에 달하는 잠재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은 지속가능금융 분야에서 세계 1위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FTSE100 지수 상장기업 중 약 70%는 이미 자발적으로 전환계획의 핵심 요소를 구축한 상태다. 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실제 영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기후변화가 영국 경제 전반과 금융시장 안정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브리든 부총재는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보험사뿐 아니라 주택 소유주, 대출기관, 상업용 부동산 등 전 경제 부문에 파급될 수 있다"고 분석 했다.
혼합 금융으로 싱가포르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 지원 나서
한편, 영국은 아시아의 전환금융 확대를 위한 국제 협력에도 나서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의 ‘아시아 전환금융 파트너십(FAST-P)’에 최대 7000만파운드(약 147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은 영국 국영 개발금융기관인 브리티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BII)를 통해 집행되며, 동남아 지역의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와 신사업 모델에 대한 혼합금융(blended finance, 공공·민간 혼합투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FAST-P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주도하며, 공공, 민간, 필란트로피 기관이 공동 참여해 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양국은 특히 초기 개발 단계부터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녹색 기술 지원과 사업화 모델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영국 외무부 래미 장관은 “아세안은 향후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경제 블록이 될 것”이라며, “영국은 미래지향적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