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식 분류체계 접고 ‘전환 이행’에 방점… 실질 감축으로 무게 이동
영국 정부가 기업의 녹색 경제 기여도를 판단하기 위한 ‘친환경 분류법(UK 텍소노미)’ 도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각), 영국 재무부가 관련 대중 지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제화 작업을 중단하고, 향후 녹색 분류체계보다 탈탄소 전환 계획 이행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분류체계보다 전환 계획… 실효성 논란에 정책 전환
영국은 2021년부터 EU 녹색 분류법을 참고해 자체 기준 마련을 추진해왔으나, 정부가 7월 공식 발표한 컨설테이션 결과에 따라 도입 계획은 전면 보류됐다.
재무부는 총 150건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UK 텍소노미에 대해 부정적 또는 혼합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기관 응답자들은 분류체계가 투자 판단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으며, 기존 규제와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분류체계가 ‘녹색’ 여부에 대한 분류 기준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실제 자본 흐름을 유도하거나 그린워싱 방지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엠마 레이놀즈 영국 재무차관은 “친환경 분류법은 녹색 전환을 이끄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아니다”라며, “국제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환 투자 촉진과 공시 기준 마련 등 다른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녹색 정의 아닌 '전환 실행력'에 초점
영국 정부는 분류체계를 통해 녹색 활동을 명확히 정의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실제로 어떻게 탄소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UK SRS), 전환 계획 보고, 금융상품 라벨링 체계(SDR) 등과 연계된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 제공과 투자 유인을 강화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이미 EU 분류체계나 국제 프레임워크(ICMA, CBI 등)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UK 텍소노미의 도입은 오히려 중복과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업계 등의 반대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개의 분류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자율적 형태다. 블룸버그는 UK 텍소노미 중단이 헤지펀드 업계를 포함한 시장의 우려와 행정 부담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