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풍에 흔들린 독일 에너지 전환…설비 늘었지만 발전량 감소

2025-07-16     김환이 editor

독일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육상풍력 설비를 승인하며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냈지만,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각), 독일풍력에너지협회(BWE)가 올해 상반기 독일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이 54%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7%보다 3%포인트 낮은 수치다. 전체 발전량 기준으로는 1410억킬로와트시(kWh)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독일에너지산업연맹(BDEW)은 풍력 발전량 감소의 요인 중 하나로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저풍 현상을 지목했다. 특히 올해 1분기 동안 독일 서남부 및 북해 연안 등 주요 풍력지대에서 강풍이 급감하며, 풍력 발전량이 전년 대비 17%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풍력 설비 증가했지만 저풍 현상으로 풍력 발전량 17% 감소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독일은 재생에너지원법(EEG)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육상풍력 설비 용량을 115GW(기가와트)까지 확대하겠는 목표를 세웠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와 설비 확장을 추진했다.

올해 상반기 독일 전역에서는 409기의 신규 육상풍력 터빈이 설치 및 가동됐으며, 2.2GW의 발전 용량이 추가됐다. 이는 전년 대비 67% 증가한 수준이며, 신규 승인된 풍력 프로젝트 규모는 7.8GW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기된 노후 설비를 제외한 추가 증설된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은 약 1.9GW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전체 풍력터빈 수는 전년보다 199기 증가한 약 2만9000기로, 총 설비용량은 65.3GW 규모에 달했다. 신규 설치된 풍력 터빈은 기존 설비보다 출력이 높아, 시스템 전반의 효율 향상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태양광 발전은 설비 확장에 힘입어 매월 전년 동월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태양광 발전량은 23% 증가해 풍력 감소분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그러나 BDEW는 “태양광의 성장만으로는 풍력 감소분을 충분히 보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수력 발전은 봄철 눈 해빙량 부족과 강수량 감소로 발전량이 30% 가까이 급감해, 최근 2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지난 3월에도 북대서양 해양 패턴으로 풍력 발전량이 12% 감소해 기존 석탄 및 가스 발전소에 의존하고 평균 전력 가격이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재생에너지 보급ㆍ인프라 확충 같이 병행해야" 정책 전환

올라프 숄츠 전 총리 재임 당시에는 행정 절차 간소화 등 온쇼어 풍력 인허가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설비 확대에 속도를 냈다. 풍력 설비 인허가 기간도 전년보다 평균 18개월로 단축돼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다.

하지만 실제 전력 생산 측면에서는 정체 흐름이 나타났다. 육상풍력은 전체 전력 생산의 약 22%를 차지해 주요 전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이 역시 발전량 감소로 인해 전년보다 비중이 낮아졌다. 

최근 독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치우쳤던 기존 정책 기조를 조정하고, 공급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함께 고려하는 현실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카타리나 라이헤 독일 신임 경제장관은 “기존 정책이 기후 보호에만 집중됐었다”며, ”전력 수요·에너지 안보·송전망·재생에너지 확충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에너지 전환 점검 보고서’를 준비 중이며, 향후 이 보고서는 에너지 정책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헤 장관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어도 전력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프라 확충과 재생에너지 보급이 속도를 맞춰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업계는 향후 보고서가 전력 수요나 설비 필요량을 과소평가할 경우, 재생에너지 확장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BWE는 독일 연방정부에 ▲투자 안정성 유지 ▲송전망 및 인프라 조기 확충 ▲기존 풍력설비 리파워링 ▲대형 장비 운송 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베어벨 하이데브로이크 BWE 회장은 “풍력 에너지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확장세가 유지되더라도, 2030년까지의 115GW 설치 목표에 근접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이르면 2026년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