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공적연금 AP2, 미얀마 사태 포스코와 '주주 대화' 시작
포스코의 미얀마 리스크와 관련된 글로벌 압박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운용자산 400억 달러(45조원)를 운용하는 스웨덴의 공적연기금인 제2국가연금펀드(AP2)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포스코와 “주주 대화를 시작했다”고 현지언론 RI가 9일(현지시각) 밝혔다. AP2는 포스코 지분 0.22%를 보유하고 있다. AP2는 2018년부터 운용자산 400억달러 중 120억달러, 30% 이상을 ESG 벤치마크를 추종해 운용해오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총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군부 쿠데타로 인해, 민간인 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사태 진정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캠페인그룹 ‘저스티스포미얀마(Justice for Myanmar)’는 3월말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와 의료인연금(PFZW)을 압박해 “미얀마 군부와 연계돼 있는 9개 기업- 포스코, 아다니포트(Adani Ports), 바라트전자(Bharat Electronics),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Hilton Worldwide Holdings) 등-과 거래하는 기업 지분을 처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AP2는 스웨덴 윤리위원회를 통해 미얀마와 관련 있는 일본의 주류업체 기린홀딩스와 이미 주주 관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사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지난 2월 기린홀딩스는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과의 파트너십을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AP2는 포스코와의 대화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스티스포미얀마의 야다나르 마웅 대변인은 RI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는 미얀마와 한국 활동가, 유엔 진상조사단 및 국제사면위원회 등에 의해 몇 차례나 경고를 받았지만, 여전히 미얀마 군부와 계속 거래를 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파트너 및 주주들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포스코와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 같은 논평에 대응하지 않았다.
미얀마 사태는 이제 글로벌 연기금을 압박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RI는 블랙록, 뱅가드, SSGA, 프랭클린템플턴 자산운용, 노르웨이국부펀드 운용기관 NBIM, SBI 펀드매니지먼트, 스미토모 미츠이 신탁운용사 등을 조사했는데, 이들 또한 모두 미얀마 정부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산운용사들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피하고 있으며, NBIM만 “우리는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들에게 인권에 관한 우리의 기대를 요약한 문서를 발행했으며, 기업이 정책, 기업전략, 리스크 관리 및 보고에 인권을 통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C&C, 지분 100% 보유 혹은 전량 매각 고심
포스코 인터내셔널까지 불똥 튀나
사태가 악화되자, 포스코는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과 포스코C&C가 합작해서 세운 미얀마포스코C&C(MPCC)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아예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현재 미얀마포스코C&C 지분은 포스코C&C가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군부와 연계된 회사인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가 30%를 보유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사살로 인해,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는 MEHL을 제제 리스트에 포함하기도 했다.
한편 포스코에 대한 국내외 압박이 계속되자, 현지 교민들의 상황을 우려한 외교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0년부터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공사와 계약해 현지에서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경우 쿠테타를 일으킨 군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사업 수익금을 미얀마 정부와 참여사가 배분해 나누는 구조"라며, "포스코강판(C&C)은 쿠테타가 일어나기 전부터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7년이후 미얀마이코노믹홀딩스(MEHL)에 배당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저스티스포미얀마는 세계 최대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사회보장기금(PGGM)을 압박해 미얀마 기업과 연계된 총 23억 달러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저스티스포미얀마는 “최근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다른 정부기관들을 군부 통제하에 두고 있다”며, MOGE에 대한 이슈도 제기하고 있다. MOGE와 합작해 야다나 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기업인 토탈, 셰브론, 국영 PTT 등도 영향권에 포함돼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계약을 맺고, 미얀마 서쪽 안다만 해상의 가스전을 개발해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전 사업 지분의 51%는 포스코인터내셔널, 15%는 MOGE가 보유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 사업과 군부는 관련이 없다”며 “수익금도 미얀마 국책은행으로 직접 입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