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동향】美탄소중립산업정책연구소, 한국 반도체 산업 진단...6대 전략 과제 제안
- 대만, 일본에 비해 재생에너지 확대 느린 한국...산업 경쟁력에 직결 - 6대 정책 제안...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공정한 전환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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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확보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산하 탄소중립 산업정책연구소(NZIPL, 이하 연구소)는 17일 발표한 한국의 클린 칩 전략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갈등과 에너지 위기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 일본에 비해 재생에너지 확대 느린 한국...산업 경쟁력에 직결
보고서는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 갈등과 에너지 공급 불안정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공급망 의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어느 한쪽을 회피하려 해도 외교적 긴장과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에서 고객사들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에 대응하려면 비용 경쟁력 있는 탄소중립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TSMC의 사례를 통해 이 전략이 실효성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SMC는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사용을 약속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현장 태양광 설비 확대 등을 통해 저탄소 칩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TSMC가 자사의 에너지 수요 증가를 지렛대로 활용해, 청정에너지가 부족한 대만에 국제적인 재생에너지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에 에너지 공급을 촉진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 결과 TSMC는 저탄소 칩 제조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적극적인 탈탄소화 목표를 가진 글로벌 기술 고객사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2025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에 불과해 OECD 평균(22%)은 물론 인도(13%), 일본(1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 중이나, 재생에너지 전력 계약을 체결한 생산라인은 소수에 그치고 있어 정부 목표치와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다르시 드라우트(Darcie Draudt) NZIPL 디렉터는 “대만과 일본은 에너지 회복력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너무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경쟁 전선이 기술에 이어 에너지에서 펼쳐졌을 때 재생에너지 공급이 수요에 뒤처지는 한국의 상황은 한국의 반도체 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6대 정책 제안...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공정한 전환이 핵심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과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유지를 위한 6대 정책을 제안했다. 이는 ▲전력망 인프라 업그레이드▲ 에너지 효율 개선 및 분산형 에너지 확대 ▲기후경제부와 같은 정부 내 통합 전략 기구 설치 ▲재생에너지 확대 및 수소 등의 차세대 기술 투자 ▲해외 에너지원 의존도 축소를 통한 에너지 안보 확보 ▲국민적 지지와 기반을 넓히기 위한 공정한 전환이다.
보고서는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전략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가 핵심 제약이라고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 개편을 제안했다. 연구소는 독일의 기후경제부와 같은 통합 부처를 신설하여 전력망 인프라 개선,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 등 차세대 기술 투자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맞닿은 주장이다.
연구소는 TSMC의 에너지 전략을 이끈 대만 내각 산하의 ‘재생에너지 탄소저감기구(OECR)’를 사례로 들어 정부 간 조정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재차 부각했다. 다양한 부처가 협업해 기업의 장기적 탈탄소 계획을 뒷받침한 대만과 달리, 한국은 부처 간 정책 충돌과 실행력 저하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또한 보고서는 에너지 안보 확보와 공정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80%,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는 98%에 달하는데, 이는 에너지 공급망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보고서는 이러한 높은 수입 의존 구조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화석연료 산업 종사자와 에너지 집약적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지역 간 형평성과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공정한 전환 전략이 함께 수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NZIPL 공동 책임자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팀 사하이(Tim Sahay) 박사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우선시하는 만큼, 반도체 생산 부문에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며 “청정 반도체 제조의 비용 경쟁력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