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B 국방 투자 확대에도 ESG 채권 비중 40% 유지… 리스크는 여전히 최저 수준
유럽투자은행(EIB)의 군사 자금 확대가 ESG 리스크에도 반영됐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모닝스타 서스테이너널리틱스가 인권·지정학 리스크 노출 증가를 근거로 EIB의 ESG 리스크 점수를 상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군사 지원 '영구 정책 목표'로… 리스크 점수 5.0 → 5.2
올해 3월, EU 지도부는 유럽투자은행(EIB)이 군수 장비 제조사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총기와 탄약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이번 결정으로 군사 분야가 사실상 EIB의 영구적인 정책 목표로 편입됐다.
이는 2023년 완화된 '이중용도(dual-use)' 금융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이중용도란 민간과 군사 양쪽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를 의미하며, 예컨대 드론 기술은 농업용으로도, 군사 감시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EIB는 해당 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 여지를 넓히며 군사용 기술 투자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모닝스타 서스테이너널리틱스의 애널리스트 아멜리아 피든은 “EIB가 국방 부문을 장기적 투자 목표로 설정하면서 인권 및 지정학적 리스크 노출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EIB의 ESG 리스크 점수는 기존 5.0에서 5.2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올해 1월 4.2에서 5.0으로 오른 데 이어 두 번째 상향 조정이다.
피든은 “이 같은 노출 증가는 이해관계자의 감시 강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신용 리스크 프로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 리스크 프로필이란, 투자자들이 기업이나 기관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고려하는 종합적인 위험 수준을 말한다. 재무 건전성, 외부 리스크 노출, ESG 요인 등이 포함된다.
ESG 리스크는 여전히 '최저 수준'… 채권시장 반응도 제한적
다만 EIB의 ESG 리스크는 여전히 '무시할 만한 수준(negligible)'으로 평가된다. 모닝스타 서스테이너널리틱스가 평가하는 전 세계 약 1만6000개 기관 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EIB는 약 5000억유로(약 809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며, 올해 총 1000억유로(약 162조원) 규모 대출 중 35억유로(약 5조6600억원)를 국방 부문에 배정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 투자 확대 이후 EIB의 채권 금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EIB는 올해 들어 220억유로(약 36조원) 규모의 기후 및 지속가능성 채권을 발행해 전체 채권 발행액의 40% 이상을 ESG 채권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EU의 새로운 그린본드 표준을 적용한 첫 번째 채권도 발행했다. 이는 군사 투자 확대와 별개로, 지속가능 금융 프레임워크 내 입지를 유지하려는 EIB의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