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규제, 메타는 반기… ‘AI 실천 규약’ 놓고 첫 정면충돌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플랫폼이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범용 인공지능(AI) 모델 관련 자율 규정인 '실천 규약'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타는 해당 규약이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AI 법을 넘어선 과도한 조치를 포함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유랙티브 등 주요 외신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엘 카플란 메타 글로벌 정책 책임자는 “이번 규정은 AI 모델 개발자에게 법적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며, “지나치게 복잡하고 중복된 규제가 유럽 내 첨단 AI 모델의 개발과 활용을 위축시키고, 유럽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메타는 실천 규약 도입 이후 서명 불참을 선언한 첫 번째 기업이다. 이번 결정은 향후 AI 산업 규제 및 기업 간 신뢰 형성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AI 기술 투명성ㆍ안정성 높이기 위함… 업계 "불분명하고 복잡해"
EU는 AI 기술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24년 제정된 AI법을 지난 6월 본격 시행했으며, 지난 10일 AI 법 이행을 위한 자율 규약 최종본을 발표했다.
이 규약은 범용 AI 모델 개발 기업이 학습에 사용한 콘텐츠 요약 정보를 공개하고, EU 저작권법을 준수하는 내부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모델 구조와 기능에 대한 문서화, 고위험 모델에 대한 사전 평가 등도 포함됐다.
실천 규약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서명한 기업은 향후 AI 법 집행 과정에서 행정 간소화나 법적 안정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서명하지 않을 경우, 규제 당국의 집중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실천 규약에 서명하지 않은 기업은 AI 법에 따른 규제 준수 여부에 대한 심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업계에서는 범용 AI 모델 특성상 규제 범위가 불분명하고,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주요 기업들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에어버스, ASML, 지멘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110여 개 기업·단체가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EU의 AI 규제는 불분명하고 복잡하다”며 시행 2년 유예와 보다 '혁신 친화적인' 규제 접근법을 요구한 바 있다. 메타의 이번 결정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으로 해석된다.
반면, 일부 글로벌 AI 기업들은 서명 의사를 밝히며 실천 규약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유럽인들이 AI 시대의 경제·사회적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실천 규약에 서명하겠다”고 밝혔고,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도 이미 서명을 완료했다.
마이스로소프트 역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브래드 스미스 사장은 "문서를 검토해야겠지만, 서명할 가능성이 크다"며 "AI 규제기관이 산업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메타 주장 수용 불가”
메타의 공식 거부 선언에 대해 유럽의회 내부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AI 법 공동보고자인 세르게이 라고딘스키 의원은 “최종 규약 문안은 범용 AI 제공업체를 고려해 작성됐다”며 “메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인민당(EPP)의 악셀 보스 의원 역시 “이 규약은 AI 모델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 기준”이라며 “메타가 이조차 거부한 것은 유럽의 안전성과 책임성에 치명적인 신호”라고 비판했다.
실천 규약은 수개월 간 논란 끝에 확정됐으며, 공개 시점도 여러 차례 지연된 바 있다. 당초 기업들의 요구로 일부 내용이 수정되었으나, 이번 메타의 불참 선언은 규제 수위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번 메타의 결정은 다른 대형 기술기업들의 후속 대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EU와 글로벌 기술기업 간 규제 협력 구조의 향방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