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1.5점, 소비자는 80%가 우려…플라스틱 대응 나선 미국 기업들
미국 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대응이 주정부 차원에서 부진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환경리더는 18일(현지시각), 해양보전단체 오션컨서버시(Ocean Conservancy)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흐름을 보도했다.
플라스틱 대응 미흡한 미국 주정부들…정책 공백에 기업 부담 가중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90% 이상의 주정부가 플라스틱 관련 정책 평가에서 별 3개 미만의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1.5점에 불과했다. ‘우수(good)’ 등급을 받은 주는 캘리포니아 등 6개에 그쳤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통일된 정책 체계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평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미세플라스틱 저감 ▲재활용 인프라 ▲병 보증금 제도 등 20여 개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일부 주는 캘리포니아처럼 생산자책임법(SB54)을 통해 재활용 비용을 제조사에 전가하는 구조를 마련했으나, 상당수 주는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조차 금지하는 등 대응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책 대응 수준이 주마다 엇갈리면서, 소비재·유통·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전국 단위의 포장재 및 공급망 전략 수립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플라스틱 처리 및 정화 비용은 지방정부가 부담하며, 그 피해는 지역사회와 기업이 함께 떠안는 구조다.
ESG 요구에 선제적 대응 나서는 기업들
정책 부재가 지속되자, 기업들은 규제를 기다리기보다 투자자와 소비자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세계 최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국이자 해양 오염의 주요 원인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매 분 대형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약 80%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양 생태계의 주요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같은 여론은 친환경 포장재와 투명한 공급망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ESG 성과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추세에 따라, 순환경제 기반의 사업모델, 생분해 포장재, 폐기물 감축 프로그램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콘택트렌즈 제조사 바슈롬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콘택트렌즈 폐기물 문제에 주목해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콘택트렌즈와 그 포장은 일반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처리되지 않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매년 약 6~10미터톤이 미국 내 하수로 유입돼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슈롬은 ‘원바이원(ONE by ONE)’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에 상관없이 중고 콘택트렌즈, 블리스터 팩(렌즈를 담은 플라스틱 케이스), 탑 포일(금속형 비닐)을 수거한다. 소비자는 미국 전역 약 1만4000개 지정 장소로 폐기물을 보낼 수 있으며, 수거된 플라스틱은 청소 후 고체 펠릿으로 가공돼 신제품 생산에 활용된다.
또한, 2021년 시작된 ‘바이오트루 아이케어 재활용 프로그램’은 안약 용기, 렌즈 케이스, 바이오트루 병 등을 별도 수거한다. 소비자는 제공된 선불 라벨을 사용해 우편으로 발송하면 재활용이 진행된다.
보고서는 미국이 제도적 대응에 있어 뒤처진 상황에서,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해양 플라스틱 저감의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