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저기구, 트럼프 행정명령에 반격…더메탈스컴퍼니 '우회 채굴' 견제
국제해저기구(ISA, 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가 21일(현지시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심해채굴 행정명령에 맞선 대응책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ISA가 유엔 해양법협약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심해채굴 업체들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미국 정부에 채굴 허가를 신청한 캐나다 심해광물채굴 기업 더메탈스컴퍼니(TMC)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중국 견제 위해 심해채굴 카드 꺼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공해의 심해광물 채굴 허가 절차를 신속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미국에 갈륨·게르마늄 등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발생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TMC는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에 공해 지역 채굴 승인을 요청했다. 채굴 대상지는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의 태평양 심해평원인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CZ)이다. 이곳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 구리, 망간 등이 포함된 다금속 단괴가 대량 매장돼 있다.
공해 채굴은 원래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채굴을 원하는 기업이 회원국의 후원을 받아 ISA와 개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으며 169개국으로 구성된 ISA의 회원국도 아니다. 대신 미국은 1980년 제정한 심해저 경성광물자원법을 근거로 ISA 관할 해역의 해저 광물에 접근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왔다.
TMC는 ISA 회원국인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의 후원을 받아 2011년부터 ISA 탐사 면허를 보유해왔다. 그런데 미국에 이중으로 탐사 및 채굴 허가를 요청하면서 국제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비판에 대해 TMC는 ISA가 10년 이상 공해의 심해광업 표준을 논의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제라드 배런 TMC CEO는 "ISA가 유엔해양법협약의 규제 제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행정부를 통한 승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ISA, 우회적 압박으로 맞불…트럼프 직접 언급은 피해
ISA는 7일(현지시각)부터 채굴 규정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 36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회의는 21일(현지시각)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ISA가 해양법협약 준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발표도 이 회의에서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TMC가 핵심 사안임에도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거의 없었다. 회원국들은 긴장감 속에서도 미국을 정면 비판하기보다는 우회적 표현에 그쳤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기용바르 대사는 "방 안에 코끼리가 아니라 대왕고래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요한 문제를 외면한다는 의미의 관용 표현인 '방 안의 코끼리'를 변형해 상황의 심각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회원국들과 달리 ISA의 조치가 TMC를 비롯한 채굴 기업들에 경고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루이자 캐슨 그린피스 활동가는 "협약 위반 기업들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 메시지"라며 "다른 ISA 허가 업체들에게 TMC 전략을 따를 경우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다만 ISA의 조치가 2026년 만료되는 TMC와 ISA 간 기존 계약에는 압박을 가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발급할 채굴 허가에는 직접적 제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