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법원, 에니 '기후소송' 본안 심리 허용…해외 배출도 관할 인정

2025-07-24     고현창 editor

이탈리아 대법원이 환경단체가 제기한 에너지기업 에니(Eni)의 기후변화 책임 소송에 대해 본안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각)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리커먼(ReCommon)이 제기한 관할권 쟁점에 대해 로마 민사법원에서 계속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에니의 해외 자회사 배출까지 포함된 기후 소송도 이탈리아 법원의 관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다.

에니(Eni) 건물. 로고에는 6개의 다리가 달린 개의 이미지가 있다. / 이미지 출처 에니 홈페이지

 

이탈리아 법원, 해외 자회사 배출 포함 ‘기후소송’ 관할 인정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리커먼은 2023년 5월 에니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소장에서 에니가 수십 년간 화석연료 산업에 종사하며 기후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고, 이로 인해 현재와 미래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법원이 에니의 과거 및 미래 환경 피해 책임 여부를 판단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동시에 에니 및 주요 투자자들이 기후 전략을 재고하도록 강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소송의 공동 피고로는 에니의 지분 31.8%를 보유한 국영 투자기관 CDP(국가개발은행)와 이탈리아 재무부도 포함됐다. 두 기관 모두 공기업 지분을 보유한 국책 주주로 분류된다.

두 환경단체는 이어 지난해 6월, 소송이 제기된 로마 민사법원이 ENI의 해외 배출까지 포함해 기후책임을 심리할 법적 관할권이 있는지를 명확히 해달라며 이탈리아 최고 항소법원에 판단을 요청했다. ENI의 온실가스 배출 상당 부분이 해외 자회사 등을 통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탈리아 법원이 이를 다룰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원고·피고 모두 “환영”…본안 쟁점은 이제부터 시작

이번 결정에 대해 원고 측인 환경단체는 역사적 판결로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이탈리아에서도 기후 정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그린피스와 리커먼은 공동 성명에서 밝혔다.

반면 피고인 에니 역시 판결을 환영했다. 에니는 “로마 법원에서 드디어 재판이 재개되면, 기후변화 책임에 관한 그린피스와 리커먼의 근거 없는 주장은 반박될 것”이라며, 본안 심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단지 관할권을 인정한 절차적 판단일 뿐이며, 에니의 기후변화 책임 여부는 향후 본안 심리 과정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기업의 상당수 배출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판단은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