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PA, 발전소 배출은 무해...온실가스 규제 철회 추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온실가스 배출이 공중 보건을 위협한다는 과학적 판단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내 주요 기후 규제의 법적 근거를 제거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각), EPA가 기후위기의 이른바 ‘위해성 판정’을 철회하려 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차량, 산업시설, 발전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EPA, 위해성 판단 철회 시도…대중 의견 수렴 절차 돌입
EPA는 2007년 미 연방대법원의 ‘매사추세츠 대 EPA’ 판결에 따라,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하에서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갖고 있으며, 공중 보건에 위해한지를 판단할 법적 의무를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09년, EPA는 신규 차량 배출가스가 공중 보건과 복지에 위해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결정은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핵심 근거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는 산업계 우려로 인해 해당 판단에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이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EPA 국장 리 젤딘은 지난 1월 인준 청문회에서 “EPA는 규제 권한은 있으나 이를 시행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3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날 행정명령에 따라 위해성 판정 재검토에 착수했다.
EPA 대변인은 해당 제안이 지난 6월 30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검토 요청됐으며, 현재 연방정부 내 다른 기관들의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제안서는 기관 간 검토를 마친 후, EPA 청장의 서명을 거쳐 일반에 공지되고 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후과학 거부 논란 재점화…“국제적 망신 될 것”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명백하므로, 그 기반 자체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측을 대리한 바 있는 변호사 숀 도너휴는 “이는 대중 보호라는 법적 의무를 심각하게 저버리는 행위이며, 과학을 부정하는 부끄러운 국가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또한 “온실가스 배출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각국이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하며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한 소식통은 이번 제안이 EPA의 법적 규제 권한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과학적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