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환경 규제 간소화 추진...유해물질 보고 의무 폐지 검토
유럽연합(EU)이 기업 행정 부담의 완화를 위한 옴니버스 패키지의 일환으로, 환경법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해물질 정보 등록 의무 폐지, 환경영향평가 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일부 환경 규제가 검토 중이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기업의 보고 의무를 간소화하는 ‘환경법령 단순화 옴니버스 패키지’ 초안을 공개하고, 9월 10일까지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유랙티브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업 보고 부담 완화 위해 유해물질 신고 의무 폐지 검토
이번 개정의 핵심은 유해물질 포함 제품 정보를 관리하는 ‘SCIP(Substances of Concern In Products)’ 데이터베이스의 폐지 여부다.
SCIP는 EU 폐기물 기본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EU 금지 후보 목록에 있는 화학물질이 0.1%를 초과해 포함된 제품을 EU 시장에 공급할 경우 공급업체가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이를 신고해야 한다.
기업들은 규정 준수 과정에서 공급망 데이터 수집, 시스템 관리 등 부담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EC는 보고 의무를 '합리화'하겠다며 SCIP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SCIP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럽환경청(EEA)과 NGO들은 이 시스템이 자원 순환성과 재활용 품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SCIP는 각국 규제당국이 유해물질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적 대응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핵심 데이터이기 때문에, 폐지될 경우 순환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후·환경 정책의 과학적 근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산업계는 SCIP 폐지가 행정·비용 부담을 줄이고, 중복 보고 의무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전자·제약 등 주요 수출 업종들은 “SCIP는 ‘EU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제한 규정(REACH)’ 등 기존 규제와 중복되는 측면이 많아 비효율적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과 EU 외 지역의 공급업체들은 공급망 내 고위험물질 포함 여부 파악부터 시스템 등록 과정까지 상당한 인적·기술적 자원이 투입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 간소화도 포함
이번 간소화 논의에는 환경영향평가(EIA) 관련 허가 절차 개선도 포함됐다. 환경영향평가는 대형 인프라 개발이나 공공·민간 건설 프로젝트가 착수되기 전에 생물다양성, 수질, 토양, 공기, 기후 등 광범위한 환경 요소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로, EU 내 모든 회원국에 공통 적용되는 법적 의무다.
EU 집행위는 EIA 간소화 추진과 관련해 “사업 추진 단계에서의 사전 협의 강화나 절차 단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인프라 투자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절차 간소화가 프로젝트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환경단체는 “절차 단축이 형식적 심사로 전락해 실질적 환경 보호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EU 집행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환경 법령의 이행률을 높이고,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며 EU 그린딜 도입 이전에 제정된 환경 규제들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입법안은 2025년 4분기 중 제안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