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CB, 기업채 담보 평가에 기후 요인 반영…전환 리스크 따라 가치 차등
유럽중앙은행(ECB)이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통화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2026년 하반기부터 ‘기후 요인(climate factor)’을 담보 평가 기준에 도입한다.
ECB는 29일(현지시각) 발표한 자료에서, 유로존 내 시중은행에 대출을 집행하는 유로시스템(Eurosystem)의 담보 프레임워크에 기후 전환 리스크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로시스템은 ECB와 유로화를 사용하는 각국 중앙은행으로 구성된 통화정책 집행 주체로,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담보 자산의 가치를 평가·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조치는 전환 리스크로 인해 담보 자산의 가치가 급락할 경우, 유로시스템이 대출 회수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손실 위험을 사전에 완충하기 위한 것이다. ECB는 기후 전환 충격이 발생하면 자산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한 불확실성 점수를 적용해 담보 가치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비금융기업 발행 자산부터 적용…기후 점수·만기 기준으로 평가
기후 요인은 비금융기업 및 그 계열사가 발행한 시장성 자산에 우선 적용된다. 자산별 평가는 ▲2024년 유로시스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행기업의 CSPP(Corporate Sector Purchase Programme) 기후 점수, ▲잔존 만기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이들 요소를 통합한 ‘불확실성 점수(uncertainty score)’에 따라 담보 가치가 차등 조정된다.
CSPP 기후 점수란 해당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보공개 수준, 과도기 리스크 노출도 등을 정량화한 ECB 자체 점수를 말한다.
ECB는 일부 자산의 담보 인정 가치가 낮아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담보 자산의 전반적인 가용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후 요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책은 정기 재검토 예정…기후 데이터·리스크 모델 고도화 반영
ECB는 기후 요인 적용 조치를 2026년 하반기부터 시행하고, 이후 기후 관련 데이터의 축적과 리스크 평가 역량의 고도화, 관련 규제 변화 등을 반영해 정책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담보 정책에 기후 리스크를 반영하려는 ECB의 전략적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유로시스템 전반의 위험관리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