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법 충족’ 첫 美 해상풍력 케이블선 출범…“일할 곳이 없다”
미국 해상풍력산업의 병목으로 꼽혀온 해저 전력 케이블 설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박이 마침내 출범했지만, 정작 일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각) 해상풍력 케이블 설치 전용 선박 ‘마맥 306(Marmac 306)’이 뉴욕 앞바다 엠파이어 윈드 프로젝트 현장에 배치돼 운항을 시작했지만, 향후 투입될 프로젝트 부족으로 운용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해상풍력 병목 뚫은 ‘첫 선박’…그러나 수요는 줄어
마맥306은 미국 최초의 국적 해저 케이블 설치 전용 선박이다. 프랑스 해저케이블 전문기업 넥산스(Nexans)가 설계하고, 미국 선박운용사 크롤리(Crowley)가 건조·운영을 맡았다.
미국 연안항 간 운송을 미국 국적 선박에만 허용하는 ‘존스법’의 제약으로, 외국 기업들은 장비 운송과 시공에서 병목을 겪어 왔다. 마맥306은 이 법률 요건을 충족한 첫 케이블 선박으로, 향후 해상풍력 인프라 구축의 핵심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에 투입된 엠파이어 윈드1 프로젝트는 에퀴노르와 BP가 공동 투자한 8억8500만달러(약 1조1600억원) 규모 사업이다. 마맥 306은 수직 인젝터(vertical injector) 장비를 이용해 해저 지반을 파서 전력 케이블을 매설, 뉴욕시와 해상풍력 터빈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시장 위축·정치 리스크…선박 활용 불투명
마맥 306의 출범은 미국 해상풍력산업의 전환점으로 평가되지만, 산업 전반의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마맥 306뿐 아니라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의 해상풍력 터빈 설치선 카리브디스(Charybdis)도 계획보다 적은 수의 프로젝트에만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여파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가 급등으로 다수의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정책 리스크도 겹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풍력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으며, 실제로 올해 봄 엠파이어 윈드 공사를 수주간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후 뉴욕 주지사와의 협상으로 작업이 재개됐지만, 세제 혜택 조기 종료 등 불리한 조세정책도 시행됐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내 해상풍력 프로젝트 신규 전망치는 56% 하락했다. 에퀴노르는 지난주 엠파이어 프로젝트에 대해 9억55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으며, 2단계 사업은 추진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토그림 레이탄 에퀴노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 추가 프로젝트가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