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 상대 ‘기후 담합’ 소송 본안 심리 개시
ESG 연대가 에너지 시장 지배행위인가…법원 판단 본격화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ESG 연대활동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원이 본격적인 판단에 나선다.
로이터는 1일(현지시각), 텍사스 동부지방법원 제러미 커노들 판사가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 제기한 소송 기각 요청 중 21개 혐의 가운데 18개를 본안 심리 대상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석탄 감산 압박”…ESG 연대체 참여가 도마 위에 올라
이번 사건은 텍사스주와 12개 공화당 성향 주정부가 지난해 11월 공동 제기한 소송으로, 자산운용사들이 '클라이밋 액션 100+(Climate Action 100+)'와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 등 기후 연대체에 참여해 석탄 생산 기업에 감산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블랙록 등은 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 아치 리소스(Arch Resources) 등 미국 주요 석탄 기업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고 측은 이러한 공급 축소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자산운용사의 초과 수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이들 자산운용사가 불법적인 투자 카르텔을 통해 미국 에너지 시장을 통제하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블랙록은 이번 소송이 석탄 기업이 주주들과 공모해 생산을 줄였다는 근거 없는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해당 주장은 시장 전체에 불필요한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밝혔고, 뱅가드는 이번 기각 결정에 실망을 표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본안 심리 본격화…27조달러 자산운용 전략에도 영향 주목
커노들 판사는 루이지애나주와 네브래스카주의 소비자 보호법 위반 혐의는 기각했지만, 자산운용사 간 담합 여부를 따지기 위한 본안 심리는 개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세 회사 간의 직접적인 공모 증거는 부족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정황상 심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 측은 향후 문서 제출과 증언 확보 등 증거 수집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ESG 투자와 미국 반독점법 적용이 충돌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DoJ)와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는 지난 5월 텍사스주 측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일부 반독점 담당자들이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세 자산운용사의 운용 자산 규모는 총 27조달러(약 3경7400조원)에 달한다. 이번 소송은 개별 기업의 투자 전략을 넘어, ESG 명분으로 이뤄진 공동 주주활동이 실제로 시장 경쟁을 저해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이 ESG 투자에 대한 공화당 측의 법적 대응 중 가장 주목받는 사례로, 결과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전략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