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의 ESG 딥다이브】지니어스 법안 통과, 디지털금융 혁신의 숨겨진 비용

2025-08-04     송준호 editor

미국 정부가 지난 달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연방법률인 ‘지니어스(Genius)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유럽연합은 2023년 암호화자산에 대한 세계 최초의 포괄적 법률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공포하고, 2024년 6월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홍콩 역시 2025년 8월부터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령이 발효됐다.

이미 제도화를 시행한 국가가 있음에도 미국의 이번 법안 통과는 타국의 입법안과 비교해서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글로벌 외환 거래의 약 90%, 외환보유고의 58%, 국제무역 결제의 절반가량이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국채의 비중은 45%에 달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 내 미국의 입지 때문이다.

미국 달러와 미국 국채를 준비금으로 삼는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에서 제도권에 편입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테이블 코인은 송금·결제 기능에서 기존 전통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전망인데 특히 수수료가 높고 송금에 시간도 상당부분 소요되는 송금 시장을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블코인 확산, 전력망과 탄소중립에 영향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기반 자산은 디지털 금융의 혁신을 이끌 전망이나,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구조는 상당한 전력 소비를 수반한다. 이는 곧 전력망 부담과 탄소배출 증가라는 환경 이슈로 연결될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존 온라인 및 모바일 금융시스템 대비 전력 부담을 가져오는 구조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합의 메커니즘의 차이다. 전통 금융은 중앙 서버를 통한 간단한 계좌 갱신으로 거래를 처리하지만,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 간 분산 합의를 통해 거래를 검증한다. 특히 비트코인과 같은 작업증명(PoW) 방식은 막대한 연산과 에너지를 요구하고, 이 보다 크게 에너지 효율적인 지분증명(PoS) 방식조차 기존 시스템 대비 높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둘째, 거래 검증 과정의 복잡성이다. 이중지불 방지, 디지털 서명 확인 등 블록체인의 검증 절차는 단순한 데이터 업데이트 이상의 연산을 필요로 한다.

셋째, 데이터 저장의 비효율성이다. 블록체인은 거래기록을 수천 개 노드에 영구 저장하며, 동기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넷째, 24시간 상시 가동되는 베이스로드형 전력 소비 구조다. 블록체인은 거래 여부와 무관하게 연중무휴로 가동되며, 이는 에너지 소비의 고정 부담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 등 암호화 자산의 광범위한 제도권 도입은 단순히 금융 시스템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력망, 탄소중립 정책, 재생에너지 운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 필요

미국의 경우, 미국 달러화 패권 유지가 주 목적임에 따라 암호화 자산 발행자 및 서비스 업체의 환경 영향 등에 대한 내용이 법안 내 규제되지 않고 있는 반면, 유럽의 경우 이 같은 암호화 자산 거래 증가에 따른 에너지·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MiCA 법률에 환경 공시 조항을 포함시켰다.

MiCA는 스테이블 코인뿐 아니라 비트코인 등 모든 암호화 자산 발행자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합의 매커니즘의 종류(PoW, PoS), 연간 에너지 소비량, 에너지원, 산정 방식 등을 백서 및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의 합의 메커니즘(Consensus Mechanism)을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연간 에너지량이 50만KWh(킬로와트시)를 초과하는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 에너지집약도, 스코프 1과2 배출량, 온실가스 집약도까지 공시해야 한다.

이 때 에너지 사용량의 기준은 개별 사업자나 발행자가 직접 소비하고 요금을 납부한 에너지량이 아닌, 거래검증 및 분산원장 무결성 유지를 위해 네트워크 노드가 연간으로 소비한 총 에너지사용량이 기준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산정은 가정 및 추정치 사용이 불가피하며, 그 구조상 정확한 에너지 소비량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공시지표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지 않지만, 추정치의 출처, 모델, 계산방식 등을 설명하도록 해 투자자 및 이용자가 통해 보다 환경 성과가 높은 디지털 자산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확대, 더 나아가 암호화 자산의 거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금융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확보는 물론, 네트워크 전체 차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 구조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과 규제적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중앙집권형 전력시장 구조를 가진 한국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의 전력 부담이 사회 전체로 전가되기 쉬운 환경에 있다. 기술 혁신을 수용하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환경 책임을 명확히 하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선경 상무는

이선경 켐토피아 ESG전략실 이선경 상무는 신한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채권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주식 애널리스트를 거쳐 CJ경영연구원과 CJENM, CJ제일제당 등에서 전략기획, 재무전략/IR 팀장,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센터장을 역임했다. 2024년 설립한 ESG공시 및 공급망 컨설팅 기관인 그린에토스랩이 켐토피아에 흡수되어 ESG-EHS를 연계한 플랫폼 개발 및 ESG정책 및 규제 대응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이선경 상무는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금융기관의 ESG모델 및 ESG적용 프로세스 구축, ESG 평가 등을 장기간 수행했고, 정부 기관의 공급망 ESG플랫폼 구축, 환경DB분석 및 산업별 환경성 평가체계 수립하는 등 국내외 ESG 정책 규제 연구 및 ESG 체계 구축 실무 경험을 보유한 ESG 전문가이다. 다수의 정부 기관 및 에너지 유관기관에서 ESG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