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플라스틱 협상 최종 라운드… EU, 순환경제법 카드로 규범 선점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글로벌 조약 협상이 5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179개국 대표단과 1900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정 체결의 마지막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4일(현지시각) 국제사회가 지금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206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3배 증가할 전망이어서 이번 협상이 글로벌 플라스틱 위기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협상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취해온 유럽연합(EU)은 이번 회의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순환경제법(Circular Economy Act)을 공개하며, 협상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EU는 2030년까지 자원순환율을 두 배로 늘리고 '세계 순환경제 선도 지역'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 '생산 규제' 반대… 美의회 여야 플라스틱 조약 이견
협상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입장으로 지목된다. 바이든 전 정부는 지난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깜짝 발표하여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다른 산유국과 함께 플라스틱 생산량 상한제를 설정하는 데 강력히 반대하며 폐기물 처리, 재활용, 제품 설계 등 다운 스트림에만 조약 범위를 제한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기업들에게 부담스러운 제한을 가하지 않는 조약이라면 지지할 것"이라며 생산량 제한보다는 재활용 기술 확산에 초점을 맞춘 협정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의회 내에서는 조약의 방향성을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고 있다. 텍사스주 댄 크렌쇼 하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재활용 기술 확산에 방점을 둔 조약을 추진하라고 요구하며 생산량 제한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오리건주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플라스틱 생산량 상한제를 포함한 협정을 지지한다는 상반된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EU, 순환경제법 공개로 '규범 경쟁'…자원순환율 2배 확대 목표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순환경제법 제정에 본격 착수했다고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부터 11월 6일까지 순환경제법 제정을 위한 공개협의와 증거수집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2026년 4분기에 순환경제법을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이 법안을 통해 2030년까지 자원순환율을 두 배로 늘리고, EU를 '세계 순환경제 선도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집행위는 현재 EU의 자원순환율은 2010년 10.7%에서 2023년 11.8%로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이 법안이 경제 안보와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생산·순환경제 모델 및 탈탄소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환 제품과 2차 원자재, 폐기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고 고품질 재활용 소재의 공급 확대와 수요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순환경제법은 전자폐기물의 효과적 수거·재활용 및 2차 핵심 원자재의 활용 확대와 폐기물·2차 원자재 단일시장 조성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EU 집행위는 폐기물 종료 기준의 개혁, 생산자책임제도 단순화·디지털화, 순환 제품·서비스에 대한 공공조달 의무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