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에 주춤한 美 LNG 프로젝트…토탈, 추가 투자 보류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가 미국 텍사스 리오그란데 LNG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LNG 최대 수입국인 토탈은 이 대형 수출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결정을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철강 관세로 설비 건설 비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토탈에너지스는 이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고려해, 보다 투자 효율이 높은 지역으로 전략적 우선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결정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토탈, 5호 트레인 투자 의향 없어…대형 LNG 프로젝트에 제동
리오그란데 LNG 프로젝트는 한화그룹이 대규모로 투자하며 국내에도 알려진 사업이다. 미국 LNG 개발사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가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는 텍사스 브라운즈빌에 10기 트레인(생산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현재 1~3호 트레인이 건설 중이다. 이번에 투자 보류 가능성이 제기된 5호 트레인은 연간 540만 톤 규모의 액화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설비로, 4호 및 5호 트레인의 최종 투자 결정(FID)은 오는 9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토탈에너지스는 넥스트디케이드의 지분 17.5%를 보유하고 있으며, 리오그란데 1~3호 트레인에도 1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올해 4월에는 4호 트레인에서 생산되는 연간 150만 톤 규모의 LNG를 20년간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CEO 패트릭 푸야네는 지난 2월 로이터 인터뷰에서 5호 트레인에 투자할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실적 발표에서는 해당 투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5호 트레인의 향후 마케팅과 고객 확보는 넥스트디케이드 측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사실상 거리를 둔 모습을 보였다.
넥스트디케이드는 현재 5호 트레인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연간 250만 톤 규모의 추가 장기공급계약(SPA)을 추진 중이지만, 주요 구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은 이미 체결된 상태다.
미국 관세 부담과 LNG 공급 과잉 우려…저비용 프로젝트에 집중
토탈에너지스가 투자를 철회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미국의 철강 관세다. 푸야네 CEO는 실적 발표에서 해당 관세로 인해 프로젝트 건설 비용이 약 10% 상승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로, 장기 계약 구조와 초기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LNG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의 하락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NEF는 2027년에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을 것이며, 2030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6300만톤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와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7년 이후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탈에너지스는 자본과 자원을 보다 확실한 수익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푸야네 CEO는 실적 발표에서 20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카타르와 캐나다, 파푸아뉴기니에서 LNG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