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온실가스 감축제도 올해부터 시행... CORSIA가 뭐길래

2021-04-16     김우경 editor
사진=픽사베이


국내에선 논의조차 잘 되지 않지만, 해외에선 한창 시끌벅적한 온실가스 감축 분야가 있으니 바로 '항공사'다. 항공사의 온실가스 배출 이슈는 올해부터 CORSIA(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가 시행되면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재)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디엔브이비즈니스어슈어런스코리아, 로이드인증원(주) 등 3곳을 온실가스 검증기관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들 3개 기관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검증기관으로 등록 후,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간 ICAO 주관의 CORSIA에 참여해서 국제선 운영 항공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에선 9개 항공사가 CORSIA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주), 제주항공(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인천 등이다. 이들 항공사는 매년 검증기관으로부터 국제선 운항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받은 후 연간 배출량보고서와 검증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하고, 기준량을 초과한 항공사는 배출권을 구매해서 상쇄해야 한다.

CORSIA는 2027년부터 의무이행단계에 돌입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는 배출량 모니터링과 상쇄량 검증 및 검증기관 지정・관리를 담당하고, ICAO 안전평가대응・기술협력 및 항공사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등은 국토교통부가 맡기로 했다. 

 

CORSIA, 항공 산업에서의 탄소 감축

올해부터 오는 35년까지 운영

CORSIA(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는 무엇이며, 왜 도입되는 걸까.  항공기는 운송수단 중 탄소 배출량 1위를 차지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199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2%를 차지한다고 한다.

때문에 항공 산업의 탄소 감축문제는 지난 1995년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국제항공 배출량의 할당 방법 및 관리방안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다가 2006년 말 EU(유럽연합)의 국제항공 ETS(배출가스거래제) 도입계획 발표 후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다시 감축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전됐다. EU의 국제항공 ETS 도입이 ICAO의 CORSIA 도입에 결정적인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ICAO에서 논의가 시작되자 EU는 역외 노선에 대한 ETS를 시행 중지했다. 다만 지금도 EU 역내 노선에 대해서는 ETS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10년 ICAO는 'CNG 2020'(2020년 이후 탄소 중립성장)라는 감축 목표를 세웠다. 매년 연료 효율을 전년 대비 2% 개선시킨다는 내용이다. 이후 2018년 지금의 CORSIA(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항공사에서 모니터링이 시작되면서 배출량 상쇄가 시작됐다. 

ICAO의 감축 수단은 항공기의 무게 감소, 항공역학적 개선, 엔진 성능 개선과 같은 항공기 기술과 공항시설 및 운영 개선, 대체 연료 등이 있다. 

 

88개국 CORSIA 참여국, 올해부터 시범운영단계 참여 

상쇄 의무 대상은 2021년~2035년 기간 중에 CORSIA 제도에 참여하는 국가 사이에서 국제비행을 하는 비행기다. CORSIA는 ▲시범운영단계(21~23년) ▲1단계(24~26년) ▲2단계(27~35년)로 운영되는데, 시범운영단계와 1단계는 자발적 참여기간이고 2단계부터는 의무적 참여기간이다. 

올해부터 오는 2035년까지 15년간 제도를 시행한 후에, 진행 여부 및 변경 시행 여부는 2032년에 결정된다. 작년 6월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88개 국가가 시범운영단계인 올해부터 참여하기로 선언했다. CORSIA 참여 국가는 항공사 관리와 ICAO에 대한 보고 업무를 해야 한다. 

자료출처=국회입법조사처

항공사 관리 업무는 항공사들로부터 ▲모니터링계획서의 접수와 검토 및 승인 ▲배출량 보고서 및 검증 보고서의 접수와 검토 및 승인 ▲항공사의 상쇄 의무 산정 및 통보 ▲상쇄 보고서의 접수와 검토 및 승인 등이다.

ICAO에 대한 보고 업무 부분에서는 ▲국가별로 소속된 항공사들의 리스트를 보고 ▲CORSIA 검증기관 인증 현황 보고 ▲취합된 국적 항공사 전체의 연간 배출량 보고 ▲취합된 국가 전체의 상쇄량 보고 등이 있다. 

 

국내 항공 산업 배출량 

지속적인 증가세 보여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국내 국제항공 수송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으며 이에 따라 국제항공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고 밝혔다.

자료출처=국회입법조사처

국내의 국제항공 수송량은 2003년 이후 2017년까지 연평균 5.1% 증가했고 연료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4.42% 증가했다.

또한 국제항공 부문의 연료 소비량은 지난 2003년 48억 리터에서 2017년 88억 리터로 증가했으며 탄소 배출량은 2003년 1218억7000톤에서 2017년 2233억7000톤으로 증가했다. 

국제항공의 연료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은 2018년 이후에도 점차 증가하여 2025년에는 연료소비량이 106억 리터, 탄소 배출량은 2686억60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항공 수송량이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최근 국제항공의 연료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도 크게 감소하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ICAO 지정 기관으로부터

탄소 배출량 검증 

CORSIA는 항공사들로 하여금 ICAO에서 지정한 검증기관으로부터 탄소 배출량에 대한 검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4월 기준, ICAO에 등록된 검증기관은 ▲미국 ▲영국 ▲중국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 17개국의 40개 기관이다.

한편, CORSIA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항공사가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가장 큰 효과가 있는 방법은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로의 교체이지만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EU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EU 역외 규제 강화 등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항공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관련한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회입법조사처는 "항공기 운영 및 기술 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체연료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출처=국회입법조사처

 

현재 항공기 연료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바이오항공유'는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가 '항공정책기본계획(2020~2024)'을 통해 바이오항공유 적용을 위한 ▲법・제도 마련 ▲생산 ▲저장 ▲운반 ▲급유 등 공급망 확보와 같은 바이오항공유 도입 기반을 조성할 것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바이오항공유 생산과 관련한 연구에 14억5000만원을 책정했다.

국토교통부는 또 항공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국제항공운수권 배분의 평가 지표로 삼고 가점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CORSIA가 EU 기후 정책

약화시킬 위험 있다는 지적도

이와 함께 CORSIA가 비효율적이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18일 자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미발표 보고서를 통해 "CORSIA는 효과적이지 않고, 잘 시행되지 않으며, EU의 기후 정책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CORSIA가 "항공 여행과 관련된 직접적인 기후 영향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한 "CORSIA를 이행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구입한 탄소배출권이 높은 품질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로 보고서는 "항공사들이 청정 연료로 전환하기보다는 저렴한 대체 연료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