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으로 전기요금 낮춘다…캘리포니아의 송전망 개혁안

2025-08-10     고현창 editor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급등하는 전기요금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채권 발행을 통한 송전망 투자라는 이례적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매체 카나리미디어는 7일(현지시각)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상원법안(SB 254)과 하원법안(AB 825)이 주 채권 발행으로 수십억달러(약 수조원) 규모의 송전망 확충과 산불 대응 강화를 추진하는 배경과 효과를 분석했다.

두 법안은 전기요금으로 투자를 회수하는 대신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비용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7월 양원을 통과했으며, 현재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낡은 송전망을 보여주는 예시 사진 / ChatGPT 이미지 생성

 

채권 발행으로 전기요금 낮추는 캘리포니아 실험

캘리포니아에서는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 샌디에이고가스앤드일렉트릭(SDG&E) 등 3대 민간 전력회사의 전기요금이 미국 평균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이들 고객의 약 5분의 1은 요금을 연체 중이다. 상원 조시 베커 의원과 하원 코티 페트리-노리스 의원이 각각 발의한 SB 254와 AB 825는 향후 송전망에 투입될 수백억달러 가운데 일부를 공공자금으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했다.

SB 254는 송전망·에너지 프로젝트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력회사의 자본지출 증가율을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제한하는 계획 제출 의무 등 종합적인 요금 부담 완화 정책을 담고 있다. AB 825는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두 법안 모두 전력회사의 자본지출 일부를 주 채권 발행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채권 발행으로 미래 비용을 현재 자금으로 전환하는 ‘유동화(securitization)’ 방식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주로 노후 발전소 폐쇄나 폭풍 피해 복구 등에 쓰였으며, 향후 생산적 자본지출에 적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소비자단체 유틸리티리폼네트워크(TURN)에 따르면, 두 법안이 제안하는 150억달러(약 20조원)를 채권으로 조달해 전기요금 원가에서 제외할 경우 30년간 약 8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의 절감 효과가 누적된다. 절감액의 대부분인 약 75억달러(약 10조원)가 초기 10년에 집중돼 요금 인하 효과가 초반에 크게 나타나고 이후 20년간 점차 줄어드는 구조다. 평균 가정의 월 전기요금은 4~5달러(약 5200~6500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TURN은 단기적인 요금 인하 효과는 있지만, 전반적인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법안은 이미 양원을 통과했으나, 3대 전력회사는 인프라 투자에 따른 보장수익률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과거에도 유사 입법이 민간 전력회사 반대로 무산됐지만, 최근 요금 급등으로 ‘전기요금 개혁’이 주의 최우선 현안으로 부상하며 정치적 동력을 얻고 있다.

 

산불 대응·신규 수요 대비까지 폭넓게 적용

베커 의원은 3대 전력회사가 2025~2028년 약 900억달러(약 119조원)의 자본지출을 계획 중이라며, 이 중 150억달러를 유동화하면 “이윤을 배제하고 이자율을 낮춰 전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요금 인상의 주된 요인인 대규모 산불 예방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자연자원방어위원회(NRDC)에 따르면, PG&E의 최근 10년 평균 요금 인상분 중 약 60%가 산불 대응 비용에서 비롯됐다. PG&E는 2019년 송전선 화재로 파산한 이후 산불 예방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이에 대한 보장 수익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AB 825는 적용 범위를 산불 예방을 위한 송전선 지중화 비용으로 한정한다. 반면 SB 254는 산불 대응 전반과 함께 데이터센터·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송전망 확충에도 폭넓게 적용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채권 발행을 통해 민간 전력회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상환 기간을 길게 설정해 초기 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