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EPA, 노조 단체교섭권 박탈 수순…인력 구조조정 본격화
미 환경보호청(EPA)이 노조와 맺었던 단체교섭 합의를 종료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발령한 ‘연방 노동-관리 관계 프로그램에서의 제외’ 행정명령 이행이 본격화됐다.
단체교섭 합의는 노조가 임금·근무 조건·징계 절차 등에 대해 사용자와 협의할 수 있는 법적 틀로, 종료 시 기관은 인사·징계 조치를 노조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약 8000명의 EPA 직원을 대표하는 미국연방정부직원연맹(AFGE) 환경청 지부의 저스틴 첸 회장은 8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교섭권 축소…행정명령 후 구조조정 가속
이번 조치는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의 교섭권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EPA 대변인은 성명에서 “EPA는 법률에 따라 대통령 행정명령, 특히 ‘연방 노동-관리 관계 프로그램에서의 제외’ 조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행정명령은 EPA를 포함한 30여 개 연방기관의 단체교섭권을 제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EPA는 기후 대응·환경정의 관련 인력을 꾸준히 감축해왔다.
4월에는 200여 명을 해고했고, 7월에는 최소 23% 인력 감축과 과학연구실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연방 인사기록에 따르면, 2025년 3월 1만6천여 명이던 EPA 직원 수는 인력 감축 이후 약 1만2500명으로 감소했다.
노조 소송 제기…항소법원 ‘조건부 허용’ 판결
AFGE 노조는 이번 조치가 언론의 자유와 교섭 의무를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노동자 측 변호인단은 단체교섭 합의가 폐지되면 정부 기관이 해고·징계 절차를 훨씬 쉽게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항소법원은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조건부로 허용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핵심 조항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행정명령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EPA 등 국가안보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기관에 대해서는 ‘위장된 사유’ 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재판부는 소송이 완전히 종결되기 전까지 각 기관이 기존 단체교섭 합의를 종료하지 않도록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