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폭염 속 9만가구 단전…전기요금 11% 인상 추진
뉴욕시에서 전기요금 11% 인상을 추진 중인 에너지 기업이 올해 상반기에만 8만8000가구 이상 전력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위기로 극단적인 기온이 이어지는 가운데, 요금 부담이 어려운 가구의 단전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8일(현지시각)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와 인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3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독점 전력사 콘에디슨(Con Edison)은 6월이 끝나기 전 한 달 동안만 1만6327가구의 전력을 끊었다. 올해 1~6월 동안 전체 고객의 약 2.5%가 단전을 겪었으며, 이는 2024년 단전 가구 수의 세 배에 해당한다. 단전된 가구의 5분의 1은 최소 일주일 이상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않았다.
9만가구 단전…연체·폭염 속 심화되는 에너지 빈곤
뉴욕시는 6월 말 올해 첫 폭염을 맞아 센트럴파크에서 주·야간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응급실 환자가 급증했다. 뉴욕은 미국 내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거비와 생활비 위기 속에서 물가를 웃도는 요금 인상이 이어졌다. 5~9월 전체 사망 원인의 약 3%는 폭염과 관련 있으며, 폭염 사망률은 피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 5년간 뉴욕 주민의 40% 이상이 전기요금을 연체했고, 23%는 최소 한 번 이상 단전을 경험했다. 피해는 저소득층, 유색인종, 소규모 건물 세입자,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환자, 브롱크스 거주민 등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흑인과 라틴계 거주자는 백인 대비 2배 이상 연체 가능성이 높고, 단전 위험은 8배에 달한다.
콘에디슨의 채무액은 2024년 말 기준 9억4800만달러(약 1조2800억원)이었으나, 단전 강화로 6월 말 8억4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로 줄었다. 현재 추세라면 연말까지 단전 가구 수가 15만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콜롬비아대 다이애나 에르난데스 교수는 “단전은 비용 회수에는 효과적이지만 비인도적이며, 일부는 목숨까지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콘에디슨 측은 “단전은 최후의 수단이며, 연체 고객의 3분의 2는 분할 납부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서민, 요금 인상·지원 축소로 이중 압박
뉴욕주는 연방 저소득가구 에너지지원프로그램(LIHEAP) 최대 수혜 지역으로, 2024~2025 회계연도에 전체 예산의 약 10%인 3억7900만달러(약 5100억원)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에어컨 설치 비용만 지원하고 전기요금은 지원하지 않는다. 코로나19 관련 사회안전망 종료 이후 에너지 빈곤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 정책 분석 전문 싱크탱크 에너지혁신(Energy Innovatio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2030년까지 전기 생산 비용을 높여 가구당 연간 평균 140달러(약 19만원) 추가 부담을 초래할 전망이다.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인 푸드스탬프(SNAP)와 의료보장 프로그램 메디케이드(Medicaid) 축소도 수백만 가구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콘에디슨은 현재 전기요금 11%, 가스요금 13% 인상을 주 규제기관에 신청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승인되면 가구당 연간 평균 372달러(약 50만원) 부담이 늘어난다.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은 “폭염·요금 인상·연방 지원 중단·단전 증가가 맞물리면 폭염 관련 질병과 사망이 급증할 수 있다”며, “혹서기와 겨울철 단전은 채무자 감옥과 같은 비인도적 조치”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