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기후특사 방한 이유, "베트남, 인도네시아 탈석탄 압박 때문?"
한국, 해외 석탄발전 공적 지원 중단 밝히나?
17일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의 방한과 관련, 미국은 한국 정부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석탄 플랜트사업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검토해달라"며 탈석탄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 주도의 기후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물을 기대하는 미국측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17일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의 방한에 탈석탄 의제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익명의 우리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아시아 국가가 해외 석탄 화력 발전소 개발 지원을 중단하고 배출량 감축 목표를 강화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번 지원 중단 논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해외 석탄사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인데, 일본은 최근 “신규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공적 금융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만 남은 상황이라 정부는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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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 ‘중장기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부 내에서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상회담 기간 중 목표치를 수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올해 말 수정 가능성은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석탄발전에 공적 자금 지원 중단 건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는 “국내 경제 산업구조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외교부와 환경부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문재인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어긋난다"며 전면중단 선언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주 미국 주도 기후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 공적 지원 중단을 밝힐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BofA, 다음 미중패권 전쟁 의제는 "기후변화"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이 기술과 무역전쟁에 이은 기후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했다.
BofA는 2010∼2020년 사이 중국은 미국의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를 했다면서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를 구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패권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를 연 4조달러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금세기에 69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면서 기후 전략은 국제사회 패권 확보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BofA는 에너지 독립과 공급망 통제도 지정학적 힘의 균형에 중요한 문제라면서 미국도 풍력과 태양광, 베터리,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강화를 위해 법규를 정비하고 혁신과 자본투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버클리 리서치 그룹의 헤리 브로드먼은 주요 7개국(G7)이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 개발과 과학, 기술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로드먼은 서방 국가들이 투자와 무역과는 달리 연구개발 부분에서는 제대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부분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보인다면서 서방세계에 심각한 경제적 위협은 물론 지정학적 위협까지 될 소지도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독일-중국, 기후 정상회의 개최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16일 프랑스와 독일과 함께 기후 정상회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는 다음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기후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열렸다.
다만, 아직 중국은 다음주 기후 정상회담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14일~17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 열릴 COP26 관련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밝혔다. 미-중은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선 여러 지점에서 대립했지만, 기후 분야에서는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개 미국 기업, 바이든에 탄소 배출 감축 요청
다음 주 미국 주최로 열리는 기후 정상회담을 앞두고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의 2배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맥도날드, 월마트 등 300개가 넘는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CEO들은 2030년까지 탄소, 메탄 등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의 미국 내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최소 50%로 끌어내리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파리협정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목표치에 비해 2배 이상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25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서한을 주도한 관계자는 대형 전력회사 엑셀론,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을 비롯해 공화당 득표율이 우세한 지역에 거점을 둔 여러 민간 회사들도 동참했다. 따라서 의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 서한에는 친트럼프 성향으로 알려졌던 미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자회사 알트리아그룹도 참여했다. 기업들이 이번 서한을 통해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을 강력히 뒷받침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화상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개최 전이나 당일 미국의 구체적인 탄소배출 감소 목표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 대응 등에 조달할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책에는 대규모 법인세 증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런 입장을 내놨다며 이번 서한에 대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