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테드, 주가 31% 급락 속 시총 절반 규모 증자…美 프로젝트 자금 투입
덴마크 해상풍력 개발사 오스테드(Ørsted)가 미국 동부 해안에서 추진 중인 ‘선라이즈 윈드(Sunrise Wind)’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해 94억달러(약 12조8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저치로 급락했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회사 시가총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로이터는 11일(현지시각)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해상풍력 반대 정책으로 인한 투자자 이탈과 프로젝트 차질 속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오스테드, 대규모 증자 확정…美 프로젝트 자금 투입
오스테드는 금리 상승과 부품 가격 인상, 공급망 차질로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악화되자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에 나선 상태다. 혼시어4, 오션윈드 등 일부 프로젝트를 철회하고, 일본·노르웨이 등 해외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2030년 목표 용량도 크게 축소했다. 여기에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첫날 해상풍력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면서 업계 전반에 추가적인 타격을 입혔다.
오스테드는 이번 증자금의 3분의 2를 선라이즈 윈드 건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공동 투자자는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인근의 에퀴노르 ‘엠파이어 윈드(Empire Wind)’ 개발 중단을 명령한 뒤 철수했다. 해당 명령은 한 달 후 번복됐지만, 라스무스 에르보 CEO는 “엠파이어 윈드 중단 명령 이후 미국 해상풍력 시장의 위험 인식이 투자자와 은행들 사이에서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증자 대금은 재무 건전성 강화와 2027년까지 8.1GW 규모의 해상풍력 건설에 쓰일 예정이다. 또한 유럽 육상풍력 사업과 대만 창화 2(Changhua 2), 영국 혼시어 3(Hornsea 3) 해상풍력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로 350억크로네(약 4조5700억원)를 확보할 계획이다.
덴마크 정부 참여에도 주가 급락…재무·프로젝트 구조조정 병행
증자 발표 직후 오스테드 주가는 오후 1시 30분(GMT) 기준 31.2% 급락했다. 시드뱅크 애널리스트 야콥 페데르센은 “미국 해상풍력 시장은 트럼프 집권 후 사실상 마비됐다”면서도 “오스테드의 상황 악화는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며, 증자는 마지막 남은 선택지였다”고 평가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제프리스도 이번 자금 조달이 단기적으로 주주 지분 희석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재무 리스크 완화에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덴마크 정부는 최대주주로서 50.1% 지분을 유지하며 증자에 참여한다. 니콜라이 바멘 재무장관은 “오스테드는 그린 전환의 핵심 기업이며,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는 안보적 의미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미국 프로젝트에 덴마크 납세자 자금이 투입되는 점을 비판했다.
오스테드는 이번 증자 외에도 유럽 육상풍력과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350억크로네(약 4조5700억원) 이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미청약 주식은 모건스탠리가 전량 인수하며, 에퀴노르는 회사 측 제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