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이 말하는 정부·산업·투자자별 중점과제 32가지
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로운 경영과 투자의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법무법인 율촌과 KBCSD(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는 최근 '자본주의 재편(ReInventing Capitalism): ESG 중점과제'를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자본주의 실패요인을 세 가지로 보고 있는데, ▲진정한 가치창출과 재무가치 추출을 구분하지 못하는 성과측정 지표 ▲단기적 재무가치 추출을 선호하는 시장 구조 ▲시장실패에 대응할 규칙 수립 기관이 취약하고 단편화돼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편될 자본주의 5대 특성을 ▲이해관계자 중심 ▲사회ㆍ환경 영향의 내부화 ▲장기적 전략 ▲생태계 재생 ▲책임 중심으로 규정하고, 민간 및 공공부문이 취해야 할 행동조치를 산업계, 자본시장(투자자), 정책 및 규제(정부)로 나눠 총 32가지로 정리했다.
①이해관계자 중심
재무적 가치추출에서 ESG 강조 가치창출 지향으로 전환 필요
먼저 이해관계자 중심의 측면에서, 이사회가 승인한 '기업 목적에 관한 성명'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의 '기업 목적에 관한 성명'과 WEF(세계경제포럼)의 2020년 '다보스 선언(Davos Manifesto36)'이 발표된 이후 학계와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사의 목적에 이해관계자에 관한 성명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 로버트 에클스는 "'기업 목적에 관한 성명'을 매년 발표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성에 가장 핵심적인 이해관계자가 기업 목적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사회는 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궁극적인 권한을 가진 기구로서, CEO의 재임 기간과 비즈니스 주기와 상관없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은 이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거버넌스(지배구조) 모델과 의사결정 및 인센티브에 이해관계자들의 고려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고려사항을 통합할 수 있는 표준적인 접근 방식은 없지만, 지난 10년간 많은 수천 개의 미국 기업들이 사회, 근로자, 지역사회 및 환경을 위한 긍정적 영향을 창출하기 위한 서약을 자사 헌장에 반영애 B 코퍼레이션(B Corporation)이 된 것, 독일에서는 공기업들이 근로자 대표와 주주 대표로 구성된 감독위원회를 운영하도록 요구되어 온 사례를 들었다.
ESG 리스크 영향 공개
의무화&표준화 필요해
ESG 리스크와 이해관계자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엄격한 기준으로 측정하고 보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2020년 9월 WEF(세계경제포럼)의 IBC(국제비즈니스위원회)가 4대 회계법인들과 협력해 기업이 채택할 ESG지표 및 공시목록을 발표했듯, ESG 리스크와 영향을 관리하고 회계처리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기본 요구사항으로 점차 간주되고 있다.
보고서는 2018년 S&P500 기업 CEO의 주식기준 보상금에 따른 보수 지급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며, "기업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려면, 경영진 보수 체계를 이해관계자 영향 지표와 연계하고 CEO 및 경영진 성과를 측정,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해야 할 행동조치로는 ▲이해관계자 및 사회적 영향을 관리하는 책임을 투자자 및 기업경영진들의 '수탁자 의무'에 통합시키고 ▲자산관리사들의 보수에 단기 재정수익 외에 이해관계자 영향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정부당국에는 ▲이해관계자 및 사회적 영향을 관리하는 책임을 투자자 및 기업 경영진들의 수탁의무에 통합 ▲ESG 리스크 및 영향 공개 의무화 및 표준화 ▲독점금지법 시행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보장 ▲이해관계자 보호 위한 강력한 법률 및 규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수 기업의 독점과 개선 필요성과 관련, 미국에서는 지난 1997년과 2012년 사이 업종별로 가장 규모가 큰 4대 기업이 해당 업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에서 32%로 늘어났다면서 시장집중도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스타트업 감소, 생산성 저하, 임금 하락, 소득 불평등 증가, 투자 감소, 도시와 소도시의 쇠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②사회ㆍ환경 영향의 내부화
내부 탄소가격 같은 사회적 비용 내부화 필요
사회(S)·환경(E) 영향의 내부화 측면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정책 및 규제 변화에 선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내부 탄소 가격'과 같이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전략 수립 시 재무적 이익 외에 비재무적 선호도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재무자본이 의사결정에 통합되도록 평가도구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아비바(Aviva Investors)의 최고 투자책임자인 스티브 웨이굿은 "보편적으로 사용중인 현금흐름할인모형(DCF) 분석을 활용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며 "대부분의 투자에서 지구위험한계 조건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고서는 또 정부당국에 대해 ▲기업 투자 정도에 따라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법적 프레임워크 업데이트 ▲사회적 비용 및 외부 성과가 시장 가격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③장기적 전략
주식 보유수량뿐 아니라 보유기간 고려해 의결권 제공
보고서는 분기별 수익 목표 달성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면서 분기별 수익 가이던스(실적에 대한 기업의 예상 전망치)를 폐지하고 비재무 자본의 보존과 강화 등에 주주들과 함께 참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맥킨지의 글로벌 경영파트너였던 도미닉 바톤(Dominic Barton)을 비록한 장기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유니레버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처럼 이제 산업계는 분기별 실적 보고서 발행을 중단하고,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기업전략을 제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배당금 지급 및 주식 환매 등이 장기적 전략 및 가치 창출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에서 1982년 무제한 자사주매입(buybacks)이 합법화됐지만, 많은 사례에서 자사주매입은 단기 주가를 끌어올리지만 장기적인 비용을 수반한다. 책임감 있는 자사주 매입 의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보수가 단기 주가 실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단기주의'에 집중하도록 동기가 부여되고 있어 경영진의 주식연계 보수 비율 축소를 주장했다.
자산 관리사와 투자 컨설턴트의 보수 및 인센티브를 산정할 때도 장기적인 재무 및 비재무 성과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당국에는 재정 정책을 활용해 투자자가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함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를 개혁해서 단기 보유 기간에 불이익을 주는 변동률을 도입하고 주주들의 장기적인 주식 보유를 장려하는 정책이다.
또 단기적으로 활동하는 주주들보다 장기 보유 주주들이 더 많은 영향령을 행사할 수 있도록 주식보유 수량뿐 아니라 보유기간도 고력해 의결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적어도 2년간 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이중 의결권이 제공된다.
④생태계 재생
천연자원과 오염 세금 늘리고
사회, 환경 편익 기여 기업에 실물 투자 장려해야
보고서는 자본주의 전체가 재생적 체계에 기반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 재화,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에 사회적 편익을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재생적 비즈니스는 사회, 경제, 환경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사업이다.
그러면서 재생적 경제에서 금융 분야는 '건전한 실물 경제를 위한 서비스의 서브시스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의 핵심 목적이 사회적, 환경적 편익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및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당국은 과세부담을 조정하되, 천연자원과 오염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그 수익을 노동에 대한 세금 부담을 경감하는데 사용해 자원 소비와 오염 감소를 촉진하고 고용 증가를 유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금융 투기를 막고 사회, 환경적 편익에 기여하는 기업 등 실물 경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금융시장은 실문경제 투자를 희생하면서 투기에 크게 치우쳐 있다며, 금융거래세를 광범위하게 적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소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부채자본을 선호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축소 혹은 제거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콜린 메이어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법인세 체계에서는 자본과 부채의 세무처리를 균등화해야 하는데 이는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도록 장려하고 기업들이 더 적은 부채를 보유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라며 "기업이 부채 자본을 선호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축소나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⑤책임 중심
책임있는 스튜어드십 관행 채택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책임도 강조했다. "건전한 자본주의는, 공공재를 공급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보장하는 기관의 건전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시장 실패 요인을 견제하고, 공공재 제공에 필요한 비시장 기관의 건전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는 "책임 있는 스튜어드십 관행을 채택하고, ESG 이슈에 대해 기업 경영진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limate Action 100+, 넷제로 자산소유자 얼라이언스(Net-Zero Asset Owner Alliance) 등이 스튜어드십 관행에 큰 진척을 가져올 잠재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또 연기금 최종 수혜자가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선호도록 고려하도록 수탁자의 의무를 변경하는 것도 제시됐다. 영국의 'Make My Money Matter 캠페인'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연기금의 최종 수혜자들이 비재무적 성과를 자신들의 자산 운용방식에 통합시키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이와 관련해 대중들의 인식이 제고되기 시작한 게 대표 사례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조세 회계를 막을 수 있도록 국제 세제를 정비해야 한다. 대기업과 부유한 개인이 그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의 공정한 몫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산될 경우, 일반 시민들은 세제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조작되었다고 믿기 시작하고 이는 포퓰리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시스템 리스크를 해결하고, 시장 실패에 대한 정책 대응을 조율하는 다자간 기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