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산업 보조금 2050년 1500억달러… 환경·건강 비용은 결국 납세자 부담
세계 각국 정부가 플라스틱 원재료 생산·가공업체에 제공하는 보조금이 2050년까지 1500억달러(약 20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환경 전문 매체 에디는 13일(현지시각) 환경 컨설팅 기업 유노미아(Eunomia)와 국제 연합 퀘이커 사무국(QUNO)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유노미아는 데이터 기반 분석과 정책 제안에 강점을 지닌 유럽 중심의 환경 전문 컨설팅사이며, QUNO는 유엔 내에서 퀘이커 정신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평화 구축, 인권 증진 등 글로벌 이슈 관련 연구와 정책 제안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2050년까지 생산량 5억9000만톤… 보조금 규모 두 배로 증가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71개국에서 생산된 고밀도·저밀도·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HDPE·LDPE·LLD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PS) 등 7대 폴리머 생산량은 약 3억500만톤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제 혜택, 수익 보장 지원, 원재료·공정 에너지 지원, 현물 지원, 세금 지출, 시장 이하 금리 금융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총 800억달러(약 111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연간 생산량은 2050년 5억900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 수준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되면 총액은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보조금 축소 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가치사슬 전반의 고용과 일회용 플라스틱 의존 제품의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폴리머 생산업체가 환경·건강 비용을 외부화하지 않으면 소비재 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생수 등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률은 평균 1% 미만, 최소 0.14% 수준으로 추산됐다.
플라스틱 오염, 연간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공중보건 피해
이번 연구는 UN 주도의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종식 조약 협상과 맞물려 발표됐다. 협상은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 중이며, 100여 개국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이 감축안 채택을 저지하고 있어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오염이 매년 1조5000억달러(약 2077조원) 규모의 공중보건 비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사라 던롭(Plastics and Human Health) 교수는 “공적 자금이 버진 플라스틱 생산을 떠받치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건강 피해 비용도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다”며 “행동을 미루는 매일이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英 여론, ‘일회용 문화’에 비판적… 생활습관 변화 의지 높아
영국 싱크탱크 그린 얼라이언스(Green Alliance)가 성인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일회용 문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약 70%는 폐기물과 오염을 줄이기 위해 생활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린 얼라이언스 정치 자문 찰스 롱은 “플라스틱 오염은 우리 사회의 일회용 문화를 보여주는 가장 가시적인 증상”이라며 “국제사회가 수년간의 교착을 끝내고 합의에 도달하길 대중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