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 뒤 보험금 이자 집주인 몫으로… 손해사정사 규제는 역풍 논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산불 피해 가구의 보험금 이자를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재건 심사 기간 동안 보험금이 은행 계좌에 묶이면 그 이자가 금융기관 몫이 됐지만, 새 법안은 최소 연 2% 단리 이자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CNBC는 18일(현지시각) 이 소식을 전하며, 법안이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섬은 이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상식적 조치라며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자 귀속 법안, 피해자 권리 강화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남부를 휩쓴 역사적 규모의 산불 피해에서 비롯됐다. 당시 LA와 인근 지역에서 1만2000여 채의 주택이 소실됐고, 보험금 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났다. 보험회사가 발행한 재해 보험금 수표는 집주인과 주택담보대출기관을 공동 수취인으로 지정하는 방식이었으며, 대출기관은 담보물 재건이 완료될 때까지 이를 위탁관리계좌에 예치했다. 이는 대출기관이 담보물의 복구를 확인한 뒤 공사 단계에 맞춰 자금을 집주인에게 나눠 지급하기 위한 절차다. 문제는 재건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리면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모두 대출기관에 귀속됐다는 점이었다.
하라베디안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 문제를 전달받고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보험금을 바로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자 수익은 은행이 아니라 집주인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 법안은 기존 위탁관리계좌와 향후 개설될 계좌 모두에 적용된다. 법 시행일부터 예치된 자금은 연 2% 단리 이자가 집주인에게 지급된다. 캘리포니아는 기존에도 재산세·보험료 납부용 예치금에는 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했지만, 보험금 자체는 제외돼 있었다. 이번 조치로 제도적 빈틈이 메워지게 됐다.
손해사정사 수수료 제한법, 보험업계 지지에 ‘로비 의혹’ 확산
그러나 하라베디안 의원이 같은 취지로 발의한 또 다른 법안은 정반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 손해사정사의 수수료 산정 방식을 제한하는 규제 법안(AB 597)이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손해사정사가 계약을 맺을 때, 이미 지급된 보험금까지 포함해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새 법안은 이를 바꿔 계약 체결 이후 추가로 확보한 보험금만 수수료 기준에 포함하도록 규정한다.
겉으로는 피해자가 불필요하게 높은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현실은 다르다. 손해사정사들은 보험금 산정을 위해 건축 설계, 독성물질 검사 등 수만 달러의 비용을 먼저 투자한다. 수수료 기준이 줄어들면 이런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져 결국 수수료율 자체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10% 이하인 수수료율이 20%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 법안이 결국 피해자가 손해사정사를 고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보험사만 유리해진다고 반발한다. 보험 소비자 권리 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의 에이미 백 대표는 “보험사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기만 행위도 벌이고 있다”며 “피해자가 유능한 손해사정사를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캘리포니아 선포인트 손해사정사의 그렉 클리포드 사장은 “이 법안을 얼마나 많은 보험업계 인사들이 지지하는지만 봐도 문제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개인보험 연맹(PIFC),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CAR) 등 주요 산업단체들이 법안 지지에 나섰다. PIFC는 주 내 대형 재산·상해 보험사 12개를 대표하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