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최하위 일본, 더 낮은 한국…기업 인권 실사 법제화 시급
일본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권 실사 압박에 직면하자, 국제단체들이 제도 전환을 촉구했다.
세계벤치마킹연합(WBA)과 비즈니스·인권 자원센터(BHRRC)는 19일(현지시각) 일본 정부에 제출한 공동 정책제언서에서 차기 국가 행동계획(NAP 2.0)에 기업 인권 실사(HRDD, Human Rights Due Diligence) 의무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행동계획(NAP)은 유엔 비즈니스와 인권 이행원칙(UNGPs)을 각국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정부의 실행 로드맵이다. 일본은 2020년 10월 NAP 1.0을 수립한 뒤 부처 합동 위원회를 설치해 기업 인권 인식 제고와 국제 기준 도입을 추진해 왔다.
NAP 1.0 성과와 한계…차기 계획은 제도 강화에 방점
일본 정부는 2022년 공급망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2023년에는 기업이 인권 실사를 실행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발간했다. 현행 NAP 1.0은 2025년 말 종료될 예정이며, 정부는 차기 5개년 계획인 NAP 2.0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WBA와 BHRRC는 공동 정책제언서에서 NAP 1.0이 일본 기업의 인권 실사 수준을 끌어올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업 간 이행 격차가 크고 책임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보다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BA 자료에 따르면 일본 기업 가운데 HRDD 항목을 이행한 비율은 2018년 32%에서 2023년 57%로 높아졌다. 기업당 평균 이행 단계도 같은 기간 12%에서 31%로 늘었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조사에서도 2023년 전체 기업의 70%가 UNGPs에 부합하는 인권 존중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해, 2020년(36%)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일본 기업, 공급망 실사 여전히 미흡…G7 최하위, 한국은 더 낮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사업장과 공급망 전반에 걸쳐 실사를 완전하게 이행한 일본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했다. WBA는 일본 기업이 인권 실사 이행 수준과 속도 모두에서 G7 국가 중 가장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 중 43%만이 공급망 내 인권 리스크를 식별했으며, G7 평균 82%와 큰 차이를 보였다. 자체 사업장 리스크 대응은 21%, 공급망 실질 대응은 4%에 그쳤다. G7 평균은 각각 33%와 31%였다.
WBA와 BHRRC는 일본 정부에 NAP 2.0을 통해 ▲기업 운영과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인권 실사 체계 구축 ▲제3자 평가 및 공시 수단 활용 권장 ▲강제 규제 도입 가능성 명시를 권고했다. 두 단체는 형식적 체크리스트에 머무는 자발적 실사에서 벗어나려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HRDD 규제가 있는 국가 기업의 29%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했지만, 규제가 없는 국가는 14%에 그쳤다.
한국도 법안 재발의…국내 기업 이행 수준은 더 낮아
한편 한국의 인권 실사 이행 수준은 일본보다 낮다. WBA 평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약 65%는 HRDD 기초 단계조차 수행하지 않았으며, 공급망 리스크를 식별한 기업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1차 협력업체 명단을 공개한 기업도 전체의 33%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13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된 동일 법안을 보완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것으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매출액 2000억 원 이상 기업에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태호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의무의 문제이며, 이번 법안은 그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국제 시민사회 네트워크 클린 클로즈 캠페인도 “이번 법안 발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가치사슬 구축에 기여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한국 국회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