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신재생 기록적 확대…10년간 블랙아웃 위험 완화 전망
호주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과 저장 설비가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되면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전 위험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주 에너지시장운영기관(AEMO)은 21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 전력공급 전망 보고서(Electricity Statement of Opportunities)’에서 2024~2025 회계연도에만 4.4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저장 설비가 국가전력시장(NEM)에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3년 평균치인 3.2GW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AEMO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5.2~10.1GW의 신규 설비가 가동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 용량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만큼 빠른 보급 속도라는 평가다.
호주, 10년 이내 전력 수요 28% 증가 전망… 전력 수급 안정성 기대
AEMO는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2024~2025 회계연도 기준 178TWh에서 2034~2035년 229TWh로 2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확장, 기업 전기화 가속, 신규 산업 수요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현재 호주는 여전히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82%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용량투자제도(Capacity Investment Scheme) 지원 범위를 25% 늘리고, 2025년 7월 기준으로만 8GW 규모의 발전·저장 설비를 추가 지원했다. 이로써 총 40GW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 제도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기록적인 신규 설비 확충이 전력 수급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AEMO는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전력 부족과 블랙아웃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빠른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전망을 바꿔 놓았다는 설명이다.
11GW 석탄화력 발전소 폐쇄 예정… 신규 설비 연계가 관건
향후 10년간 호주에서 문을 닫을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11GW 규모에 달한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에라링·베이스워터·베일스포인트, 빅토리아주의 얄론, 퀸즐랜드주의 칼라이드B 등이 대표적이다.
AEMO는 2027~2028년 뉴사우스웨일스주와 2028~2029년 빅토리아주에서 대형 석탄화력발전소가 은퇴할 예정이지만, 최근 재생에너지와 함께 발전·저장·송전 설비 확충이 이어지면서 예상됐던 전력 공급 공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신규 설비가 제때 연계·가동돼야 전력 안정성이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부 가스발전소 운영사는 주정부와 협의해 수명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설비 연장이나 조기 착공을 통해 지역 간 공급 격차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역별 전력 신뢰성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풍력·태양광 보급 속도에 비해 배터리와 송전망 확충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퀸즐랜드는 프로젝트 지연과 여름철 수요 급증으로 단기 공급 부족 가능성이 있으며,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는 송전망 건설 지연과 가스화력 발전소 폐쇄로 2026~2027년 약 390MW의 공급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AEMO는 또 발전소 계획 정지, 가스 공급 부족, 가뭄 등 외부 요인도 전력망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오는 12월 별도의 시스템 안정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장기 투자 필요성과 구체적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