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풍력 기자재도 국가안보 조사 대상에…글로벌 공급망 흔들린다
미국 정부가 풍력 발전 기자재 수입이 국가안보와 국내 제조 기반을 위협하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수입 풍력 기자재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에 근거한 것으로, 향후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당 조항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규제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상무부는 이날 연방 관보 공지를 통해 해당 조사를 공개하며 여론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트럼프, 풍력 기자재 수입의 산업 경쟁력 영향 조사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풍력 산업은 터빈 블레이드, 구동장치, 전기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2023년 미국의 풍력 기자재 수입액이 17억달러(약 2조244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 41%가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 발표에 앞서, 풍력 터빈과 관련 부품을 철강·알루미늄 제품과 함께 50%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포함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철강, 알루미늄, 구리,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단행했으며, 이번 조치는 제약·반도체나 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항공기, 주요 광물, 목재 등도 국가안보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미국 정부는 풍력 기자재 수입이 공급망 안정성, 해외 정부 보조금, 불공정 무역 관행 등과 맞물려 자국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방침이다.
트럼프, 재생에너지 정조준… 풍력 기자재 추가 관세 부과 우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그간 풍력 산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취임 첫날부터 해상 풍력 임대 판매를 무기한 중단하고, 연방 정부 소유 토지와 수역에서 추진 중인 모든 풍력 발전 허가를 보류했다. 지난주에도 농지 훼손과 전력 가격 인상을 이유로 태양광·풍력 신규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가안보 조사가 발표된 것은 이러한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사가 풍력 기자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기자재 가격 상승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건설 비용이 급등하고, 균등화발전비용(LCOE)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포함 글로벌 공급망 파장 있을 수 있어
미국의 조치가 확대될 경우 글로벌 풍력 기자재 공급망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매켄지는 미국 풍력 산업 가치의 약 3분의 2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3년 수입 규모는 17억달러(약 2조3600억원)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수입국은 유럽(41%), 멕시코(34%), 인도(15%) 순으로, 중국 의존도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함께 미국 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수출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2%가 “미국 관세 인상률이 15%를 넘을 경우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실제로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꼽은 기업도 절반을 넘어섰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관세 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만 의존한 단기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통상 협정 추진, 수출 지역 다변화, 현지 생산기지 확보 등 구조적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