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원, 케이마트 공급망 검증…현대노예법 개정 압박 가속

2025-08-25     고현창 editor

호주 연방법원이 대형 할인점 체인 케이마트의 공급망이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연계됐는지 여부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이번 소송은 결론과 무관하게 호주 기업들의 공급망 실사와 현대노예법 개정 논의를 촉발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각) 케이마트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과 관련해 호주 현대노예법의 한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도했다.

케이마트(K-mart) 진열 전경 예시 이미지. 매장에 진열된 의류의 공급망과 강제노동 연계 여부를 검증하려는 법적 절차가 시작됐다. / ChatGPT 이미지 생성

 

케이마트 소송, 글로벌 공급망 투명성 논란으로 확산

2021년 유엔 특별보고관은 중국 의류업체 장쑤궈타이궈성(Jiangsu Guotai Guosheng)에 신장 지역 위구르족 강제노동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 서한은 호주 위구르 탕리타그 여성협회(AUTWA)가 제기한 연방법원 소송의 핵심 증거로 제출됐다.

AUTWA 라밀라 차니셰프 회장은 “이번 소송의 목적은 투명성 확보”라며 케이마트 공급망이 신장 강제노동과 연결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위구르족의 대규모 수용과 강제노동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케이마트가 말하는 원칙과 실제가 일치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마트는 AUTWA와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우리는 업계 최초로 공장 리스트를 공개하며 공급망 투명성을 중시한다”고 반박했다. 케이마트는 15년 이상 운영한 윤리적 조달 프로그램을 통해 강제노동 위험을 관리해왔다고도 설명했다.

호주 구호단체 뱁티스트 월드에이드(Baptist World Aid)가 발표한 윤리적 패션 가이드에서 케이마트는 100점 만점에 58점을 기록해 450여 브랜드 중 상위 20%에 올랐다. 그러나 인권법센터 프레이아 딘쇼우 국장은 “중국 의류산업의 강제노동 위험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이번 소송은 케이마트가 실제로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현대노예법, 보고 의무만 존재…제도 개편 요구

장쑤궈타이궈성은 케이마트가 공개한 2025년 공장 리스트에 포함돼 있으며, 빅더블유와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공급처 명단에도 올라 있다. 그러나 호주 법제상 이런 업체를 사용하는 데 제약은 없다. 현행 현대노예법은 기업에 공급망 공개만 의무화하고, 보고 누락 시 제재도 없다. 미국·EU와 달리 강제노동 연계 수입품을 금지하지 않으며, 기업이 위험을 직접 차단할 의무도 없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단순 보고 의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위험 관리·차단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 설계자 피오나 데이비드는 “호주는 강제노동 제품 수입을 막을 장치조차 없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크리스 에반스 호주 반노예제도위원장은 “호주 기업들이 공급망 위험을 이해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셸 로울랜드 법무장관 역시 “국제 동향을 반영한 균형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을 활용한 대응도 주목된다. 밀리언메이커스(Million Makers)는 노동자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근무 환경을 신고할 수 있게 하고, 소스서튼(SourceCertain)·오리튼(Oritain)은 초콜릿부터 면 의류까지 원산지를 추적한다.

노예제 반대단체 비슬레이브리프리(Be Slavery Free)의 퍼즈와 캐롤린 키토 공동대표는 “현대판 노예제도는 하루 3만 명이 새로 포섭되고, 그중 180명만 벗어난다”며 “감사 사전 통보, 유령 공장 등 강제노동 방식은 끊임없이 진화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