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새 해법 ‘EPC’, 기후금융 혁신과 제도 신뢰가 관건

2025-08-26     고현창 editor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새로운 금융 메커니즘으로 제안된 ‘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의 가능성과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해법, EPC’ 행사에서는 학계, 법조계, 산업계,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미실현 기후기술에 자본을 유입시키는 방안과 자발적·의무 시장의 경계, 정부의 역할, 금융·데이터 인프라 구축 과제 등을 두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25일 코엑스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주최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해법, EPC’ 행사가 열렸다. / 이미지 출처 임팩트온

 

정부와 기업, 기후금융의 ‘구조 전환’ 요구

허승준 팀장은 EPC 개념을 소개하며 “2050년까지 약 60기가톤의 탄소를 줄여야 하지만 현재의 감축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실현된 기후기술을 시장화하기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EPC는 미래에 달성할 탄소 감축량을 사전 금융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자본 조달과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성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는 “석탄·플라스틱처럼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품목이 경제적 편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에 환경 문제가 지연되고 있다”며 “해결책은 의사결정을 바꿔 배출 주체에게 비용을 귀속시키고, 반대로 혁신 기술에는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제도를 설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효은 글로벌인더스트리허브 대표는 “돈이 없는 게 아니고, 기술이 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 기후 기술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는 명확한 목표와 시그널을 주고,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인내 자본’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승우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국 팀장은 “2018~2024년 9000만톤을 감축했지만 2030년까지는 추가로 2억톤을 줄여야 한다. 이는 전력 부문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출권거래제가 강화되는 만큼 정부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형 탄소 크레딧 시장을 만들고 초기 수요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정명은 실장(진행), 박형건 부대표, 김효은 대표, 이선경 대표, 허승준 팀장이 1부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시장과 민간 금융, ‘EPC 활용’ 논의

박형건 캡처6 부대표는 “탄소 제거(CDR) 시장은 유럽·영국과 미국 두 축으로 나뉜다. EU와 영국은 배출권 거래제에 CDR 편입을 추진하는 반면, 미국은 연방 차원의 제도는 실패했지만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CDR 크레딧의 80% 이상을 마이크로소프트 등 11개 기업이 선도적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기술 사업화를 위한 선구매와 10~20년 장기 계약이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덧붙였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EPC의 핵심은 이전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느냐에 있다”며 “자발적 시장에서 만든 크레딧을 의무 시장에 사용하는 것은 전체 감축량을 늘리지 못한 채 이행 비용만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가 약한 한국에서는 두 시장의 경계를 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교수는 “산업 전환 노력은 KPI로 설정해 금융적 혜택과 연결해야 한다”며 “친환경 활동은 결국 데이터로 귀결되며, 글로벌 표준에 따라 검증·공유될 때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활용한 검증 체계가 EPC 메커니즘의 핵심이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친환경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국제적 검증·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