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LNG·광물 수출 겨냥 초대형 투자…좌초자산 우려도 제기
캐나다 정부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놨다.
캐나다 공영매체 CTV 뉴스는 26일(현지시각) 마크 카니 총리가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0억달러(약 660조원) 규모의 항만·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5000억달러 인프라 투자…독일과 에너지 동맹 강화
마크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 최상급 LNG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자원, 원자력 산업, 탄소포집 기술을 보유했다”며 “수요와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LNG 공급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는 첫 프로젝트가 2주 안에 발표될 예정이라며 몬트리올 항만 확장, 만리토바주 처칠 신규 항만 건설 등을 주요 후보지로 제시했다. “항만 확장은 LNG는 물론 핵심 광물 수출에도 잠재력을 넓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호지슨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도 “이번 계획은 추상적 논의가 아니라 독일 산업을 강화하고 캐나다 일자리를 창출하며 대서양 안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장관과의 회담 후 “독일은 캐나다산 LNG, 수소, 암모니아에 관심을 보였고, 캐나다 인프라은행과 150억캐나다달러(약 15조3000억원) 규모의 캐나다 성장펀드를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일 가스·수소산업협회 팀 켈러 회장은 “독일 산업계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스 공급이 필요하다”며 장기 계약 체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LNG 확대 전략, 독일 수요 급감에 ‘비현실적’ 비판
그러나 에너지 분석기관과 기후 정책 단체들은 캐나다의 LNG 확대 전략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영국 에너지 분석기관 ICIS의 안드레아스 슈뢰더는 “대서양 연안에는 아직 투자 단계의 프로젝트조차 없고, LNG 터미널은 막대한 자본과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캐나다가 독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30년 이후”라고 설명했다. 골드보로 LNG와 아틀란틱 코스트 프로젝트도 이미 무산되거나 지연된 상태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파벨 치작 애널리스트는 “2021~2024년 유럽 가스 수요가 17% 줄었고, 2030년까지 추가 7% 감소가 예상된다”며 “AI 산업이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데이터센터는 독일이 아닌 북유럽의 재생에너지 전력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2분기 세계 천연가스 수요 증가율이 전년 2.7%에서 1.5%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LNG 공급은 5% 늘어나지만 러시아산 PNG(파이프라인 가스) 축소와 유럽의 저장 수요 확대가 가격을 끌어올려, 수요를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니퍼 모건 독일 외교부 기후특사 역시 지난해 “독일은 2030년까지 가스 수입을 30%, 2050년까지 96% 줄일 것”이라고 밝히며 캐나다산 LNG 필요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좌초자산 논란에 반박…캐나다 “세계 최저 탄소발자국 LNG”
투자자 단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투자자(Investors for Paris Compliance)는 “연방 자원을 유럽 수출용 LNG 터미널에 투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좌초자산 위험을 경고했다. 수석 애널리스트 마이클 삼바시밤은 “LNG는 재생에너지 대비 가격 경쟁력이 없고, 과잉 공급 전망 속에 신규 프로젝트가 생애주기 내내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부 보조금은 화석연료 의존을 고착시키고 위험을 국민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호지슨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AI 확산 이후 독일은 전환 연료로서 가스를 더 오래 필요로 하게 됐다”며 “캐나다는 청정 전력을 활용해 액화하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탄소 발자국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캐나다는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 키타맷에 위치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6월 첫 수출을 시작했으며, 추가로 6개의 LNG 수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