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CA, 드랙스 공시 조사 착수…보조금 축소 압박에 주가 12% 급락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친환경 보조금을 받아온 에너지 기업 드랙스(Drax)의 공시를 조사한다.
드랙스는 과거 공시에서 목재 부산물만 연료로 쓴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캐나다 등에서 벌목한 원목을 포함한 사실이 확인돼 2024년 규제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번 FCA 조사는 2021~2023년 연차보고서와 2022년 1월부터 2024년 3월 사이 발표된 성명이 상장 규정과 공시·투명성 규정을 제대로 준수했는지가 쟁점이다.
FCA 조사 착수…주가 12% 넘게 급락
드랙스는 28일(현지시각) 런던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FCA로부터 지난 26일 조사 개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드랙스 주가는 장중 한때 12.4% 떨어져 617펜스(약 1만1000원)까지 하락했으며,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결국 9.2% 하락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FCA 조사로 드랙스가 다시 정치·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국 정부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드랙스에 지급하는 바이오매스 보조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의 지원 축소 논의에 더 큰 정치적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의 원료 조달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관건
드랙스는 영국 전력의 약 5%를 공급하는 대표적 바이오매스 발전사로, 석탄 화력발전소를 전환하면서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친환경 보조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Ofgem)은 드랙스가 캐나다산 목재 소싱 데이터를 허위 보고했다고 판단해 2500만파운드(약 469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오프젬은 당시 조사에서 드랙스가 지속가능성 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었으며, 재생에너지 인증서 발급에도 문제는 없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환경단체들은 드랙스가 여전히 캐나다산 산림을 훼손해 바이오매스 연료를 조달한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드랙스는 “목재 부산물과 잔여물만 사용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하게 관리되는 산림 수요는 숲 성장을 촉진한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드랙스는 오는 2024년 말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영국 정부 또한 2030년까지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추진하며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전력망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