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6~38% 목표…성장 둔화·계통 제약에 차질
일본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6~38%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0년 9.5%에서 2023년 22.9%로 늘었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특히 전력망 수용 한계를 넘어서면서 발전된 전기를 버려야 하는 출력제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 5.9%…2010년 이후 최저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최저치인 5.9%에 그쳤다. 발전된 전기를 수요지로 보내지 못해 버려지는 전력도 급증했다. 출력제한 규모는 1.88기가와트시(GWh)에 달해 설비 확충과 계통 통합의 불균형을 보여줬다. 경직된 전력망과 미흡한 계획 조정, 왜곡된 시장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핵심 구조적 문제는 일본 전체 발전용량의 약 7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전력회사가 국내 재생에너지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신 화석연료와 원전 자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일부 재생에너지 투자는 해외에 치중돼 있다.
규제 집행이 약한 탓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미루는 행태가 굳어졌다. 법적으로 전력회사는 2030년까지 발전량의 44%를 비(非)화석원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미이행 시 재정적 벌칙이 없고 시장 유인도 부족하다.
비화석 인증서(NFC) 제도 또한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NFC 제도는 발전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전력회사가 조달 목표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실제로 거래되는 증서의 상당수가 원자력 등 비재생에너지에서 발급된다. 공급 부족과 투명성 결여로 인해 실질적인 참여 유인도 떨어진 상태다.
풍력·태양광 잠재력이 높은 홋카이도·규슈 지역, 송전 인프라 부족
계통 접속과 출력제한 문제도 여전하다. 풍력·태양광 잠재력이 높은 홋카이도·규슈 지역은 송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또한, 화력발전이 전체 출력의 30~50% 이하일 경우에는 출력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구조도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IEEFA는 일본이 송전 개발을 위한 종합적인 체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농촌·연안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수요는 대도시에 몰려 있다. 도시는 토지 부족과 높은 개발 비용 탓에 대규모 사업 추진이 어려워 농촌 지역이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거리 송전망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운영사의 재정 부족으로 인해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 사이에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역 간 연결을 위해 조율된 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사가·아키타·홋카이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재생에너지 목표를 설정하고, 주민 참여와 지역 금융을 활용해 청정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이 같은 지역 기반 접근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계통 접속 규칙 개혁 ▲시장 설계 현대화 ▲전력회사의 NFC 의무 준수 강화 ▲전력구매계약(PPA) 활성화 같은 제도 개선이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