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DR 올해 말 시행 앞두고…인도네시아, BRICS 연대해 ‘독자 표준’ 마련 나서

2025-09-01     홍명표 editor
 인도네시아와 팜오일을 주제로 챗GPT가 만든 이미지.

인도네시아가 EU 삼림전용방지법(EUDR)에 대응하기 위해 BRICS·팜유생산국협의회(CPOPC) 등과 협력해 새로운 국제 표준 마련에 나섰다.

유럽의회 전문매체 유렉티브(Euractiv)는 8월 29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DR에 대항해서 BRICS·CPOPC 중심 ‘독자 표준’ 구축

인도네시아는 최근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CPOPC,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협력 플랫폼을 통해 팜유 산업의 새로운 국제 표준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CPOPC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주도하는 국제기구로,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약 85%를 차지하는 두 나라가 시장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아리프 하바스 인도네시아 외교차관은 지난 7월 자카르타 바이오에너지 세미나에서 EU가 대체 기준 없이 자체 규제를 만들었다며 새로운 글로벌 벤치마크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25년 12월 30일 시 예정 EUDR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EUDR은 당초 2024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연기됐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산림 보호 명분 아래 현실을 외면한 규제라며 반발해왔다. 양국은 EU와 공동 태스크포스를 꾸려 인증·추적·합법성 기준을 조율하는 동시에 독자 기준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행보를 글로벌 규칙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규칙을 설계하는 전환으로 평가했다. 일부 BRICS 회원국도 개도국 현실을 반영한 ‘지속가능 식물성 오일 기준’ 마련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ISPO 의무화에도 소규모 농가 인증 더뎌

인도네시아는 2020년 대통령령을 통해 모든 농가, 특히 소규모 농가에도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지속가능 팜유(ISPO) 인증을 의무화했다. ISPO는 불법 개간 방지, 환경 보호, 노동권 보장, 합법적 경작 관리 등을 목적으로 2011년 도입됐다. 대형 농장은 대부분 인증을 마쳤지만 소규모 농가는 비용과 기술 부족으로 참여가 더딘 상황이다. 현재 인증 완료율은 전체의 35~36%에 그친다.

유렉티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탄소 저장 능력이 큰 습지인 이탄지 복원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2011~2021년까지 신규 팜유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모라토리엄(일시적 허가 중단 조치)’도 유지했다. 그러나 모라토리엄 종료 이후 2023~2024년 산림 손실이 다시 증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말레이시아, MSPO 2.0으로 추적·노동 기준 강화

말레이시아는 2015년 도입한 말레이시아 지속가능 팜유(MSPO) 인증을 2020년부터 의무화했고, 2025년 1월부터는 강화된 MSPO 2.0을 시행한다. 강화된 추적 시스템과 노동 기준 덕에 2024년 말 기준 전체 농장의 86%가 인증을 완료했으며, 올해는 9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2024년 말레이시아의 원시림 손실은 전년 대비 13% 감소해 열대우림 손실 상위 10개국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EU는 양국의 정책을 인정했지만,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산림 보호와 인권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집행위는 행정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4월 가이드라인과 위임법을 발표하고 국가별 벤치마킹 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위는 이 조치들로 기업의 행정 비용을 약 3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EUDR의 기본 틀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지역사회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