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체코 증설로 115조원 유럽 히트펌프 시장 선점…삼성·LG·중국과 맞대결

2025-09-02     홍명표 editor
 일본 파나소닉이 히트펌프 수요 급증에 대비해 증설한 체코의 공장 전경./파나소닉 홈페이지.

일본 파나소닉이 유럽 내 히트펌프 수요 급증에 대응해 체코 서부 보헤미아 플젠(Plzen) 공장을 대규모로 확장했다.

8월29일(현지시각) 파나소닉은 3억4800만달러(약 4841억원)를 투입해 최신 설비를 갖춘 신규 생산동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플젠 공장은 연간 15만 대에서 최대 140만 대까지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파나소닉, 유럽 히트펌프 시장 급성장에 선제 대응

유럽은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 기조 속에서 히트펌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열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24년 122억유로(약 20조원)에서 2034년 710억유로(약 115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파나소닉은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전하며 지역 공급망을 강화했다. 플젠 공장은 1996년 TV 생산공장으로 출발해 2018년부터 히트펌프를 제조했다. 2023년에는 일본 업체 최초로 친환경 냉매인 R290을 활용한 실외기 생산을 시작했고, 2024년 현장 내 R&D 부서를 신설하며 유럽 내 핵심 개발·생산 허브로 자리잡았다.

신규 생산동에는 로봇 80대가 투입돼 자동화율을 끌어올린다. 파나소닉은 2028년까지 부품 공정의 100% 무인화, 조립 공정 자동화율 2배 확대, 핵심 부품 70% 내재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비용 경쟁력 강화와 품질관리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후쿠나가 도시카쓰 파나소닉 HVAC 유럽법인 CEO는 “유럽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특히 높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투자는 수요 증가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총리 “산업 경쟁력 강화” 평가…넷제로 공장 운영 박차

체코 정부도 이번 투자를 국가적 전략 자산으로 평가했다. 개소식에 참석한 페트르 피알라 총리는 “이번 최첨단 히트펌프 공장은 체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숙련 일자리를 창출하며, 혁신적 투자가 가능한 국가라는 점을 입증했다”며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다.

파나소닉은 이번 확장을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유럽 에너지 전환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플젠 공장은 2025년 말까지 CO2 배출 ‘제로 공장’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미 1MW 태양광 발전 설비와 채광창을 설치했으며, 재생에너지 구매와 빗물 재활용 등 친환경 설비를 도입했다. 2026년부터는 물류 차량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오스트라바공과대학과 서보헤미아대학교 등 현지 대학과 협력해 R&D 센터를 운영한다. 2028년부터는 제품 기획부터 개발·생산까지 전 과정을 현지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구축해 물류·운영 비용 절감과 대응 속도 제고 효과를 노린다.

EHPA 폴 케니 사무총장은 “히트펌프 산업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 경제 전환의 핵심 축”이라며 “파나소닉의 이번 확장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서 히트펌프가 중심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HVAC 시장, 삼성·LG vs 중국업체 경쟁 불가피

한편 유럽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과 설치 용이성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대EU 에어컨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총수출은 10% 감소했다. 올해 1~5월 중국의 EU·영국향 에어컨 수출액은 13억9000만달러(약 1조9334억원)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유럽 주택은 벽체 구조상 분리형 설치보다 이동식·벽걸이형 제품이 용이한데, 잦은 폭염으로 즉각적인 냉방 수요가 커지면서 이들 제품 인기가 높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시장 침투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맞불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월 유럽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노르웨이)를 인수해 히트펌프 연계 온수저장 시스템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독일 중앙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을 약 15억유로(약 2조4421억원)에 인수, 데이터센터·병원·공항 등 대형 인프라 공조 사업에 진출했다.

유럽 HVAC 서비스 시장 전망 (2025~2031년) / Mordor Intelligence, 2025

시장조사기관 모도르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유럽 HVAC 서비스 시장이 2025년 157억달러(약 21조3792억원)에서 2031년 237억달러(약 32조272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EU 탈탄소 정책과 히트펌프 보급 확산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경쟁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