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관광업 부담 완화 앞세운 EU, 항공·해운 연료세 2035년까지 유예 추진

2025-09-02     김환이 editor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항공·해운 연료에 대한 과세 도입을 10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는 1일(현지시각), EU가 2021년부터 추진해온 에너지세 개편안이 회원국들의 반발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원국 합의 난항… 기후 대응보다 ‘산업 경쟁력’ 유지 우선

유럽집행위원회(EC)는 2021년 에너지세 체계 전면 개편안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항공·해운 산업에서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연료에도 단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EU에서는 자동차용 휘발유, 전기 등에는 최소 세율이 적용되지만, 항공과 해운 연료는 역내 공통 과세에서 제외됐다.

EC는 세금 부과를 통해 오염 배출 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 전환을 유도하려 했으나, 관광·해운 산업 비중이 큰 회원들은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 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최근 마련된 협상 초안은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를 명분으로 항공·해운 연료 과세를 2035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담았다. 경기 둔화와 물류비 상승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친환경 전환보다 산업 경쟁력 유지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린 셈이다.

다만, 일부 예외 조항도 포함됐다. 좌석 수 19석 이하의 소형 항공기와 ‘개인 레저용 선박(private pleasure craft)’은 유예 기간에도 세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형 상업용 항공기와 선박에만 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진=chatgpt 이미지생성

 

항공업 "세금은 에너지 전환 투자 재원 잠식해" 반발

항공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2%를 차지한다. 1990년 이후 배출량이 두 배 이상 늘었으며, 글로벌 중산층 확대와 항공 수요 급증으로 이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엔은 향후 30년 내 항공산업이 발전 부문을 제치고 최대 단일 탄소 배출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이번 논의가 산업 경쟁력 약화와 관광업 타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실제 탄소 감축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루프트 한자,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 이지젯(EasyJet)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은 “항공유 과세는 환경적 효과가 없고 경제적 피해만 초래한다”고 크게 반발했으며, 라이언에어(Ryanair) CEO 마이클 오리어리는 “유럽은 지속가능한 성장 경로를 택해야 하며, 세금은 전환을 위한 투자 재원을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유럽항공사연합(A4E) 역시 인센티브 기반 제도와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확대 투자가 더 건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4E 회원사들은 1700억유로(약 272조원)를 투입해 연료 효율이 18% 높고 승객 수송 능력이 4% 개선된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항공·해운 산업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더디지만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에 대한 투자가 들어나면서 세금 부과보다는 혁신 투자 확대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 단체들은 EU가 자동차 연료와 전기에는 세금을 부과하면서 탄소 배출이 큰 항공·해운 부문을 면세하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초안은 덴마크가 EU 순회의장국으로 마련했으며, 오는 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협상 대표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2003년 이후 개편되지 않은 에너지 과세법을 그린딜(Green Deal)의 일환으로 손질하려 하지만, 항공업계과 회원들의 반발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세제 개편 협상은 오는 11월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