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기반 기후보조금 제동…미 항소법원, EPA 조치 인정했지만 소송 장기화 불가피

2025-09-03     홍명표 editor
 미국 법원과 환경보호청(EPA)를 주제로 챗GPT가 만든 이미지.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이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이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단체들에게 지급 예정이던 160억달러(약 22조2960억원) 규모의 보조금 중단 조치를 승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애초 워싱턴 D.C. 지방법원이 지난 4월 EPA의 집행 중단을 불법으로 판단하며 시티은행에 보조금 지급을 명령한 데서 출발했다. EPA는 해당 사안이 정책 위헌 문제가 아니라 정부 상대 금전 청구에 해당하므로 연방청구법원 관할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항소했으며, 연방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대 1로 하급심 결정을 뒤집었다.

 

법률상 EPA의 보조금 중단 제한할 수 없고, 관할법원도 달라

올해 1월 취임한 리 젤딘 EPA 국장은 보조금이 행정부 정책과 맞지 않으며 사기, 낭비, 이해충돌, 부적격 수혜자 문제 등 구체적으로 제기된 우려를 근거로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를 트럼프로부터 보호(Trump-proof)”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임기 말 급하게 자금을 배분했다고 비판하며, EPA 내부 직원이 이를 “타이타닉에서 금괴를 던져버리는 것”에 비유했다고 덧붙였다.

젤딘 국장은 동시에 대기·수질 규제 완화와 함께,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근거가 되는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재검토 등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보조금은 클라이밋 유나이티드 펀드, 그린캐피털연합, 파워 포워드 커뮤니티, 인클루시브, 저스티스 클라이밋 펀드 등 5개 단체에 배정돼 시티은행에서 관리 중이었다. 이들 단체는 지난 3월 보조금 동결 직후 소송을 제기했고, 워싱턴 D.C. 지방법원의 타냐 추트칸 판사는 4월 EPA의 중단 조치를 불법으로 판단하며 자금 집행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 라오 판사와 그레고리 카차스 판사가 다수의견을 형성하고, 코넬리아 필라드 판사가 반대의견을 내며 판결이 뒤집혔다.

 

미국 항소법원의 성격과 이번 판결의 파장

다수의견을 낸 라오 판사는 “법률상 EPA가 보조금을 집행하거나 중단할 재량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필라드 판사는 EPA의 조치가 “의회의 프로그램을 사실상 무력화한 전례 없는 행위”라며 일부 단체들이 이미 약속된 대출을 불이행하고 프로젝트를 포기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집행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수혜 단체들은 대법원 상고를 예고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라오 판사는 “보조금 중단이 나중에 계약 위반으로 판정될 경우 정부는 손해배상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PA는 “납세자의 돈을 탁월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판결을 환영했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사법부가 이성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클라이밋 유나이티드 펀드 등 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의회의 정책을 무력화한 위법 행위”라며 반발했다.

EPA는 판결을 환영했지만, 기후보조금 수혜 단체들은 전원합의체 재심이나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이다. 폴리티코는 항소법원이 최종 명령(mandate) 발부를 유보해 자금 집행 정지가 즉시 해제되지 않았으며, 사건이 연방청구법원으로 이관될 경우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