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세계원자력협회 첫 빅테크 회원사…데이터센터 전력·탄소중립 전략에 원전 본격 활용
마이크로소프트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중 최초로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WNA)에 가입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3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 회원사로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원자력뉴스(WNN)는 같은 날 이 소식을 전하며 이번 결정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기후 목표 달성을 동시에 겨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차세대 에너지 혁신, 원전으로 협력 확대…국내 SMR산업 부흥 주목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협회 가입을 계기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차세대 원자로, 핵융합 등 첨단 원전 기술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성 확보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규제 효율화, 글로벌 원전 공급망 강화 등에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멜리사 롯 마이크로소프트 에너지기술팀 박사는 "이번 가입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기술 산업의 전략적 순간을 보여준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 역량과 원전 업계의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 공급 경험이 결합하면 탄소 없는 에너지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마 빌바오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원전은 단순히 기술 산업의 에너지 전략 일부가 아니라 필수 요소"라며 "주요 전력 소비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원전 확대 과정에서 직면한 규제·기술·재무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SMR이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폭발적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통령은 "한국은 SMR 강자가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의 준비 상황과 기술력을 강조한 바 있다.
국내 SMR 산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주도로 혁신형 SMR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부 지원 하에 2030년대 초 상용화 모델 출시를 목표로 표준 설계가 추진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본격적인 사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하고, 최근에는 에스토니아 SMR 사업 협력에 나서며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테라파워의 SMR 핵심 설비 계약자로 선정돼 글로벌 SMR 시장 진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2012년 세계 최초로 통합형 SMR에 대한 단일 인허가 기준을 확보한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최수진 국회의원에 따르면 현재는 다양한 비경수로형 SMR이 글로벌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일 인허가 기준이라는 제도적 틀이 이를 유연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 전력구매계약·핵융합 투자…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중립’ 행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탄소 없는 안정적 전력 확보를 위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해왔다. 미국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와 20년간 계약을 체결해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구 스리마일아일랜드 1호기)' 재가동을 추진 중이며, 핵융합 기업 헬리온(Helion)과도 최초의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빌바오 이 레온 사무총장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입은 업계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순간”이라며 “혁신적인 기술기업이 원전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으로 인정한 것은 시장과 정책결정자, 업계 전반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서치앤마켓(ResearchAndMarkets)는 보고서를 통해 SMR 관련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보수적으로 약 400억~500억달러(약 55조~69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3~5일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원자력심포지엄(World Nuclear Symposium)’에 참가해 에너지 집약 산업과 함께 원전 활용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