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학계·금융권, 전환금융·배출권거래제 논의…“배출량 신뢰·중소기업 참여가 관건”

2025-09-05     고현창 editor

9월 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일 협력과 아시아 연대를 통한 기후행동: 전환금융과 배출권거래제 역할 세미나’에서 한·일 학계와 금융권, 정책 당국이 전환금융의 성과와 과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탄소배출량의 정확한 측정과 시장 신뢰 확보, 중소기업 참여 확대, 국가 간 제도 정합성 강화를 전환금융 지속가능성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현석 연세대학교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전환금융은 화석연료 산업을 녹색경제로 연결하는 다리이며, 배출권거래제와 함께 아시아가 넷제로로 가는 두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9월 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일 협력과 아시아 연대를 통한 기후행동: 전환금융과 배출권거래제 역할 세미나에 참석한 한일 패널 단체사진

 

배출량 측정과 가격 신뢰성이 중요…중소기업 지원도 필요

나오유키 요시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배출량을 정확히 계측해 신뢰 가능한 기준을 세운다면, 탄소세·거래제·그린본드·카본프라이싱 등 정책수단은 결국 같은 효과로 수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ESG 평가지표 간 괴리 문제를 지적하며 “배출량 측정이 불명확하면 기관마다 다른 점수를 부여해 시장 혼란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자금·기술·정보 부족으로 탄소시장에서 소외돼 있다”며, 탄소세 수입 등을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배출권거래제(ETS)의 10년 성과와 한계를 분석했다. 그는 “한국 ETS는 전체 배출의 79%를 포괄해 감축 기여도가 크지만, 최근 가격 하락과 변동성 확대가 문제”라며 “무상할당 축소, 이월 규제 완화·폐지, 중앙은행식 시장안정화제도(KMSR)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야 타카바야시 GX추진기구 부장은 일본 ETS 도입 계획을 소개했다. 일본은 2026년부터 연간 10만톤 이상 배출 사업자를 대상으로 ETS를 개시하고, 2028년에는 화석연료 과금, 2033년에는 전력부문 유상할당을 도입한다. 그는 “시장 가격 안정장치를 설계하고, J-크레딧과 국제 크레딧을 연계해 제도 정합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한국 ETS의 경험을 적극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다케시 후세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부장은 상선·전력·시멘트 업계 전환금융 사례를 소개하며 “대기업은 더 야심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고, 중견·중소기업은 복잡한 요건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대화와 맞춤형 솔루션을 통해 기업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금융, 민간 투자와 실무 실행이 관건

히데키 타가다 GX추진기구 이사는 일본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향후 10년간 20조엔(약 18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민간에서 130조엔(약 1170조원)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녹색금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환금융을 통해 철강·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기술로드맵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은하 부장은 한국 금융권의 대응을 소개했다. 그는 “전환금융 분류체계를 마련해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을 우선 지원하고, 기후리스크를 대출심사에 반영하고 있다”며 “투명한 지배구조와 정량적 포트폴리오 관리가 금융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봉섭 연세대 연구자는 한국 기업의 녹색혁신 효과를 실증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무형자산 혁신은 탄소집약도를 낮추지만, 유형자산 교체는 오히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설비투자에 앞서 무형자산과 운영 프로세스 혁신에 집중하고, 정책적으로는 총량규제를 통해 역설적 효과를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과 일본이 각기 다른 제도적 접근을 바탕으로 전환금융과 배출권거래제를 어떻게 아시아 차원의 공통 언어와 협력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자리였다. 발제자들의 공통된 메시지는 제도적 신뢰성과 민간의 혁신 역량이 결합될 때만이 지속가능한 아시아형 탄소중립 경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모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