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금융, 정작 필요한 신흥국으로는 안 가… 블랙록, 혼합금융으로 돌파구 찾는다

2025-09-09     유인영 editor
이미지=블랙록 로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신흥국 시장에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은 현재 두 번째와 세 번째 대규모 혼합금융(blended finance) 펀드를 개발 중으로,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블랙록 아시아태평양(APAC) 지속가능·전환 솔루션 총괄 에밀리 우드랜드는 “고객들은 환전 가능성(currency convertibility)과 국가 리스크(sovereign risk)에 대한 인식과 실제 위험 때문에 신흥국 배분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전환 자본 유입 더뎌…혼합금융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그는 이날 홍콩 그린위크(Hong Kong Green Week) 패널 세션에서 “에너지 전환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과정이며, 특히 신흥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지난 5년간 인프라 지출 중 약 11%만이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금융 논의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전환금융이 대부분 선진국으로 흘러가 정작 자본이 필요한 저소득 지역으로 충분히 배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COP30 기후정상회의에서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 기준을 쉽게 양보할 수 없다. 우드랜드는 “고객이 전환금융 시장에 자금을 배분하길 원하더라도 내부 기준 수익률(hurdle rate)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며, 이를 타협할 수는 없다”며 “결국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합금융은 공적 자금과 민간 자본을 결합해 지속가능성 목표에 투입하는 구조로, 전환금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같은 날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정부 지원 혼합금융 파트너십이 첫 번째 자금 모집에서 글로벌 및 지역 내 민간·공공·자선기관으로부터 5억1000만달러(약 7071억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블랙록,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상품 구조 마련해야”

상업적으로 성과를 입증한 혼합금융 사례로는 ‘부채 스왑(debt swaps)’이 있다. 민간 투자자가 저소득 국가의 부채 재조정을 돕는 채권을 매입하고, 절감된 자금을 환경·사회적 목표에 사용하는 구조다. 부채 스왑은 다자개발은행(MDB)의 보증을 통해 민간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차입국의 비용 부담을 낮춘다.

우드랜드는 신흥국 전환금융 목표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기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옆에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는 상업적 위험·수익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한정적이고 특이한 상품으로는 시장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드랜드는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리스크 구조와 관련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채권 상품의 경우 “기존 투자등급(IG, Investment Grade) 자산처럼 보이고 기존 투자등급 포트폴리오와 나란히 놓일 수 있는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자금의 대다수는 신흥국이 아닌 선진국 시장에 투입되고 있다”며 “대규모 전통 투자자들의 리스크 허용 수준은 아직 신흥국에 대규모로 배분할 수 있을 만큼 축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