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조지아 공장 급습…합법 비자 근로자도 구금, 한미 외교 충격파

2025-09-11     고현창 editor

현대자동차의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이민 단속 과정에서, 합법 비자를 보유한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각) 입수한 연방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유효 비자를 소지한 노동자를 체포해 추방 절차에 회부하고, ‘자발적 출국(voluntary departure)’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체포로 인해 건설이 중단된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예시 이미지 / ChatGPT 이미지 생성

 

내부 문건 ‘비위반자도 자발적 출국 강요’…ICE 해명과 엇갈려

ICE는 지난주 목요일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엘러벨의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었다. 해당 공장은 현대차가 126억달러(약 17조6000억원)를 투자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시설로, 공사도 중단됐다.

내부 문건은 ICE 요원이 작성했으며, 지난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단속 당시 체포된 한 남성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그는 6월 일부 상업 활동과 관광을 허용하는 합법적 B1/B2 비자를 소지한 채 미국에 입국했으며, 국내 공장자동화 설비업체 SFA 소속 계약직으로 HL-GA 배터리컴퍼니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ICE 단속 과정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법집행 데이터베이스 확인 결과 비자 위반 사실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 현장국장은 해당 인물을 ‘자발적 출국’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남성은 비자 위반이 없음에도 이를 수용했다. 이 문건을 검토한 조지아주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이는 정부가 범죄를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며 “유효 비자 소지자를 이런 방식으로 구금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수용할 경우 비자 취소와 재입국 제한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대규모 송환 수순…현장 차질과 한미 후속 대응 촉각

이 문건 내용은 ICE가 지난주 단속에서 체포된 475명 전원이 불법 취업자거나 비자 위반자라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DHS(국토안보부)는 가디언 질의에 “해당 인물은 B1/B2 비자로 무단 취업을 인정했으며, 자발적 출국을 제안받아 수락했다”고 밝혀 내부 문건 내용과 배치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내 이민 변호사와 단체들은 이번 사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인권단체 AAAJ-애틀랜타 소속 변호사 사만다 해밀턴은 “이 노동자들은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단속을 넘어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치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리 가이싱거 법률 고문 변호사는 “ICE 단속 강화로 인해 기업들이 근로 허가-I-9 문서 관리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숙련 외국인 인력을 파견하거나 유지하는 데 법적·운영적 리스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전략에도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향후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 시 노동력 운용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향후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할 때 미국 이민 법규를 명확히 따를 것을 요구하며, 법을 따르는 기업에게는 환영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발언했으며, DHS의 크리스티 노엠 장관 역시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법률이 명확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해외 투자 기업들 역시 국제적 이미지와 법 준수 여부가 투자 지속 가능성의 핵심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인도적 배려 및 행정 절차의 조속한 마무리에 합의했다’며 근로자들의 송환과 외교적 협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