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xAI, 범용 인력 500명 감축…AI 전환, 젊은 근로자 고용 16% 줄였다
AI 확산에 따른 구조조정 충격이 숙련되지 않은 초급·일반직 인력에게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가 데이터 주석팀 소속 직원 500명을 해고하고, 범용 ‘AI 튜터’를 줄이는 대신 법률·의학·공학 등 전문성을 가진 ‘전문 AI 튜터’ 채용을 10배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해고 인원은 전체 직원 1500명 중 3분의 1에 해당한다.
500명 해고한 xAI...범용 인력 축소, 전문가 확대
데이터 주석팀은 xAI에서 가장 큰 조직으로, AI 챗봇 ‘그록(Grok)’이 질문에 더 정확하고 정교한 답변을 내도록 돕는 ‘AI 튜터’ 역할을 맡아왔다. 구체적으로는 대량의 원천 데이터를 분류·라벨링하고, 맥락을 달아주는 반복적 작업이다. 흔히 데이터 어노테이터라 불리는 이들은 전문적 지식보다는 꾸준한 수작업에 강점을 가진 범용 인력이었다.
xAI는 이번 구조조정에서 '사람이 직접 검토해 만든 데이터(Human Data)를 바탕으로 범용 튜터의 효용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고용 종료를 통보했다. 이는 지금까지 축적된 주석 데이터만으로는 AI의 정밀도를 더 높이기 어렵고, 이제는 법률·의학 등 특정 분야의 깊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AI를 훈련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금융, 의학, 안전 분야 등에서 전문 튜터를 즉시 10배 확대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OpenAI, ‘AI는 숙련자 역량 증폭…노동시장 전문화 가속
OpenAI가 이달 발표한 'Jobs in the Intelligence Age 보고서'도 같은 흐름을 지적한다. 보고서는 “AI는 초보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지만, 궁극적으로는 숙련자의 역량을 더 크게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빠르게 줄고, AI와 전문성이 결합된 직무 중심으로 노동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미경제연구소가 진행한 고객센터 실험 결과를 인용했다. 직원 5179명을 대상으로 일부 집단에만 생성형 AI 코파일럿을 제공해 고객 문의를 처리하게 한 결과, 초보자의 문제 해결 건수는 시간당 34% 증가했지만 숙련자는 14% 개선 효과를 보였다. 비율상 초보자의 개선 폭이 컸지만, 이미 높은 성과를 내던 숙련자가 여전히 더 많은 건수를 처리해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숙련된 개발자는 AI 활용으로 디버깅 시간을 30% 줄이고, 작업 속도를 55% 높였으며, 오류 없이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성공적인 빌드)의 횟수를 84% 늘렸다. 반대로 초급 개발자는 일부 성과 개선이 있었지만, 절대 성과에서는 숙련자와 격차가 줄지 않았다.
스탠퍼드 연구, 22~25세 고용 16% 감소
8월 스탠퍼드대 브린욜프슨 연구팀은 미국 최대 급여 처리 회사 ADP의 급여(payroll)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실제 고용에 미친 영향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ADP는 매달 약 2500만 명의 민간 부문 근로자 급여를 처리하는 곳으로, 노동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분석 결과 2022년 말(챗GPT 출시 시점)부터 2025년 중반까지 고객센터·코딩 등 생성형 AI에 노출된 산업에서 22~25세 젊은 근로자의 고용은 16% 줄었고, 같은 산업 내 경력자는 고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됐다. 연구진은 팬데믹, 하이브리드 근무, 테크 업계 구조조정 등 다른 변수들을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AI의 영향은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AI가 단순·반복적인 진입 단계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젊은 근로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I 충격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업이 사람을 기계로 대체할 때 보상받는 세제 구조를 고치고, 인간과 AI 협업을 평가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