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상회의에 시진핑 참여, 참여국 일제히 탄소 배출 감축 선언할 듯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초청으로 열리는 22일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 중요한 연설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전날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화상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에게 냉전과 제로섬 방식의 사고 방식을 거부하고, 신냉전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며 미국을 향해 일침을 날리기도 했지만, 기후 정상회의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세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며 기후 변화 문제에서 각국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공동의 차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기후 정상회의의 핵심 화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상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향후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제시한 26~28% 감축의 두 배 수준이다.
EU도 감축 목표를 또 상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기후중립(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이제 법적 약속이 됐다”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며 기존 40% 감축 목표보다 확대된 목표를 공언했다.
더불어 탄소 감축에 부정적이었던 푸틴 대통령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상향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의회에서 탄소 규제법을 낭독하며 “앞으로 러시아의 순배출 누적량은 향후 30년 간 EU에서 배출하는 양보다 현저히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규모와 지리, 기후,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탄소 배출 감축이) 벅찬 과제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의 과학기술 잠재력을 고려해 볼 때 목표를 완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현재 연간 약 15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존 케리 기후특사는 미국의 동맹국들로부터 강도 높은 탄소 감축 공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 세계를 순방했다. 이에 일본, 캐나다, 영국 등은 보다 적극적인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각) 2035년까지 국가배출량을 78%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법제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이 전 세계 리더로서 복귀를 알리기 위해 계획된 측면도 있다. 다만, 지난 4년간 전 세계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리더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NGO 단체인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 U.S.)은 “50% 감축을 넘어 70% 감축까지 얘기해야 진정한 리더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NGO NRDC(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선언한 공약들을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느냐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는 앤터니 블링켄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 정부 최고 경영진 등도 참여하며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기차 제조업체 프로테라(Proterra) 등 기업 경영진들도 참여한다. 탄소 감축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지구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한 민간 자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또한 삼림 벌채 감소, 지속가능한 농업 실천 촉진, 습지 보존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 기반 해결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