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포집 기술 조건부 허가…美 원유 수출 인프라 확장 탄력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5일(현지시각) 텍사스 앞바다 원유 수출용 심해 항만 프로젝트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허가를 발급했다.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신규 대규모 시설은 가동 전 반드시 이 허가를 받아야 하며, EPA는 증기 포집·제어 장치 같은 저감 기술 적용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화석연료 수출 인프라 확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로이터는 이번 허가가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확대 전략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전했다.
연간 3억6500만 배럴 선적…증기 포집 기술 첫 적용
이번 허가 대상은 석유 운송·저장업체 센티넬 미드스트림(Sentinel Midstream)이 추진하는 걸프링크(Texas GulfLink, TGL) 심해 원유 수출 단지다. 이 프로젝트는 텍사스 프리포트(Freeport)에서 남동쪽으로 약 48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부유식 하역시설을 설치하고, 육상 저장·송유관 설비와 연계해 초대형 유조선(VLCC)에 원유를 직접 선적하는 형태다. 완공되면 시간당 최대 8만5000배럴, 연간 약 3억650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전량 적재할 수 있는 항만은 루이지애나 해상 원유 항만(LOOP)이 유일하다. 걸프링크가 가동되면 미국의 원유 수출 능력은 한 단계 확대될 전망이다.
EPA가 이번에 허가를 발급한 배경에는 대기오염 저감 기술 적용이 있다. 선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줄이기 위해, 심해 지원선(offshore support vessel)에 증기 포집·제어 장치를 탑재한 점이 핵심 승인 사유다. 이 장치는 북해 셔틀 탱커에서 20년 이상 운영되며 96% 이상의 배출 저감 효율을 입증해온 설비다.
스콧 메이슨 EPA 지역관리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첫 청정대기법 심해 항만 허가를 발급하며, 에너지 우위를 강화하고 경제 번영을 촉진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센티넬 미드스트림 제프 밸러드 CEO 역시 “세계 최초로 심해 항만 선적 과정에 증기 포집 기술을 적용하게 됐다”며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허가는 신규 오염원 사전심사(NSR)와 타이틀 V 운영 허가를 결합한 형태로, 모니터링·기록·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유효 기간은 5년이며, 연장하려면 최소 6개월 전에 갱신 신청을 해야 한다.
글로벌 원유 수출 경쟁력 확보…에너지 패권 강화 포석
EPA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환경 허가를 넘어 미국의 원유 수출 전략과 직결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다소 주춤했던 화석연료 프로젝트 인허가가 트럼프 대통령 복귀 이후 속도를 내면서,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 원유 수출 시장은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심해 항만 인프라 확충을 통해 초대형 유조선 직접 적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운송 비용과 시간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걸프링크의 가동은 미국 원유 수출 지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허가로 센티넬 미드스트림의 최종 투자결정(FID)도 가시화됐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투자 단계 진입을 의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에너지 인프라 추진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