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슨·라이언에어도 매입…아그레나, 토양 CDR 검증 돌파구 마련

2025-09-17     홍명표 editor
 덴마크의 재생농업 기업 아그레나의 홈페이지.

덴마크의 재생농업 기업 아그레나(Agreena)가 세계 최초로 대규모 토양 탄소제거(CDR) 프로젝트에 대해 국제 인증기관 베라의 검증을 통과했다.

아그레나는 15일(현지시각) ‘아그레나 카본 프로젝트(AgreenaCarbon Project)’가 베라의 VCS(Verified Carbon Standard) 프로그램 승인을 공식 획득했다고 밝혔다.

베라 VCS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자발적 탄소 인증 체계로, 국제 시장에서 통용성과 발행량이 가장 크다.

 

유럽 10개국 농가와 160만 헥타르 협력

아그레나 카본 프로젝트는 영국, 덴마크,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유럽 10개국 농가와 협력해 진행되는 대규모 토양 탄소 감축 사업이다. 총 면적은 160만 헥타르(약 48억4000만 평)로 서울의 26배에 달한다. 피복작물 재배, 경운 최소화 등 재생농업 기법을 적용해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고 농업 활동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번 검증을 통해 아그레나는 2021~2023년 성과를 반영한 첫 발행분으로 총 230만 톤 규모의 크레딧을 확보했다. 상당수는 이미 유럽 대형 기업에 판매됐으며, 라디슨 호텔 그룹과 라이언에어가 주요 구매자로 확인됐다. 아그레나는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향후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베라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독립적인 평가를 거쳐 기후 효과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맨디 람바로스 베라 CEO는 “토양 탄소 프로젝트가 대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검증을 통해 크레딧의 품질과 무결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그레나는 지금까지 약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110만 톤을 토양에 저장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토양 CDR 신뢰성 논란 넘어 시장 본격화

토양 CDR은 농업 방식을 바꿔 토양을 탄소 저장고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동시에 농업 생산성과 토양 수분 보유력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장기적인 저장 안정성과 측정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그레나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정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0만 개의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농지별로 100개 이상 데이터를 수집했다.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작물 재배와 비료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체계도 갖췄다. 시몬 할드럽 아그레나 CEO는 “검증된 크레딧이 농가의 새로운 농법 도입을 촉진하고,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기후 행동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양 탄소 시장은 그간 인증 지연으로 성장이 더뎠지만, 이번 베라 검증 통과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정부도 지난 5월 파라과이 목축 농가와 연계된 토양 프로젝트에서 파리협정 6조에 따른 탄소크레딧 이행 협약을 체결하고, 2026~2031년 사이 62만5000톤 규모의 크레딧을 공급받기로 했다.

트렐리스는 이번 검증이 토양 CDR 시장의 신뢰를 높이며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